2025년 12월 14일(일)

무인점포 넉달간 60차례 절도한 남성...잡고 보니 '중증 치매' 환자였다

인사이트KBS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한 무인점포에서 넉 달 동안 무려 60여 차례나 절도를 한 범인을 붙잡은 경찰.


경찰은 어쩌면 굉장히 질이 나쁜 범죄를 저지른 이 도둑을 처벌하려고 했다. 하지만 자세히 조사해 보니 처벌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도둑이 대단한 인물이거나, 전관예우 변호사를 대량 고용해 법을 무기로 싸우는 사람이어서가 아니었다. 범죄 증거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질병 중 하나로 알려진 '치매(알츠하이머) 환자'였기 때문이었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SNS에서는 지난해 12월 14일 있었지만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지 못했던 사건 하나가 공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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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연은 당시 KBS 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KBS 뉴스에 따르면 치매 환자 A씨는 하루에 두 번도 해당 무인 편의점에서 절도를 저질렀다.


아침에 무인 점포로 들어가 음료를 꺼내 그냥 마신 뒤 나갔다가 5시간 정도 지나 다시 돌아온 뒤 또 음료를 꺼내 그냥 마신 적도 있었다.


어떤 날은 하루 4번을 찾아 절도를 저질렀다. 한 주에 무려 11차례나 절도를 저지른 적도 있었다.


결국 무인 편의점 점주는 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두 달 간 지켜본 끝에 붙잡아 경찰에 넘긴 것이다.


인사이트KBS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인근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이었다. 중증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었다. 별다른 직업이 없었고, 형이 보내주는 생활비로 간신히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A씨는 경찰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절도를 이어갔다. 자신이 절도를 저질렀다는 점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경찰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남성이 제대로 인지도 하지 못하고 어제 일도 기억 못 하고 있다. 남성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구속 등을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점주는 고육지책으로 음료를 매장에서 치워야 했다. 점주도 중증 치매환자를 어떻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상황이 점점 악화하자 결국 지자체가 나서 병원 진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정말 난감한 일이다", "이런 건 정부가 나서줘야지", "경찰도 정말 곤혹스러울 듯", "중증이면 진짜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 수준", "점주도 이해하기까지는 정말 고민이 많았을 듯"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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