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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직후 '뇌출혈'로 세상 떠난 라이벌의 여동생과 '결혼' 한 권투선수가 남긴 근황

최근 복싱과 관련한 한 유튜브 영상에 남겨진 댓글 하나가 영화와 같은 스토리로 누리꾼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영화 '주먹이 운다'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올림픽을 목표로 열심히 꿈을 키우던 복싱 선수가 복싱을 그만두게 된 사연이 전해져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 댓글에는 '중학교 때부터 대학생까지 복싱을 했다'는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그는 "대학교 2학년 시작과 함께 (복싱을) 그만두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했다. 


사연에 따르면 남성에게는 중학교 때부터 인연이 된 라이벌이 있었다. 동갑인 데다가 같은 지역이라 중학교 때부터 4번이나 겨루었지만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 


라이벌은 중학교 때부터 우승을 밥 먹듯 하던 친구로 중고교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받는 인물이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영화 '주먹이 운다'


그는 남성에게 커다란 자극이 되었다. 남성은 "상대 전적이나 실력 자체가 저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라 상대도 되지 않았지만 저 스스로 라이벌로 생각하고 반드시 이기기 위해 열심히 훈련했다"고 했다. 


남성이 고3이 되던 해 드디어 기회가 왔다. 그해 열린 전국체전 두 번째 경기에서 그와 맞붙게 된 것. 


경기는 쉽지 않았다. 1, 2라운드를 상대방에게 내주고 3라운드 돌입해서도 코너에 몰려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그때 남성의 레프트 숏 어퍼가 상대에게 그대로 꽂혔다. 


순간 '기회다'라는 생각이 번쩍 든 남성은 혼신의 힘을 다해 펀치를 내다 꽂았다. 정신없이 쉬지 않고 주먹을 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영화 '주먹이 운다'


라이벌이었던 상대는 링 중앙까지 밀려 나간 뒤 쓰러졌다. 심판은 쓰러진 상대의 상태를 확인하고 곧바로 경기를 종료시켰다. 


5년 동안 5번 붙어서 처음으로 쟁취한 승리였다. 감독과 동료들이 기뻐한 것은 물론 남성 또한 기쁨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남성이 승리에 도취해 있던 사이 링 중앙에서 그리고 관중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 사이에서 쓰러진 상대의 모습이 보였다. 코피를 많이 흘리고 있었고,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남성은 "나중에 경기 영상을 보고 안 사실이지만 처음 숏 어퍼에 이은 라이트 레프트 훅에 이미 그 친구는 그로기 상태였는데, 그 상태로 아홉 발의 펀치를 정타로 다 맞았다"고 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어 "그런 상태로 앞으로 넘어지면서 링 바닥에 얼굴을 그대로 박고 의식을 잃은 거였다. 순간 큰일이 났다는 생각이 들었고, 급하게 실려 나가는 모습을 보고 걱정이 됐다"고 회상했다. 


경기 다음 날, 병원을 찾은 남성에게 라이벌의 어머니는 "왔니, 고맙다. 같이 기도해주렴"이라고 했다. 남성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죄송하다고 했는데 어머니는 오히려 위로를 건넸다. 


복도에 앉아 있다가 그와의 옛 추억들을 떠올렸다. 


고1 때 그 녀석과 2전을 치르고 패배한 후 경기장 밖에 앉아 있던 자신에게 우유를 내밀던 그는 "우리 두 번째지? 저번에도 그랬지만 네 주먹 정말 아프다. 진자 돌주먹이더라"고 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남성은 '같은 상대를 5번이나 만난다는 거 정말 놀라운 인연이라는 걸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라며 후회하며 매일 학교가 끝난 후 병실을 찾아 밤까지 기도했다. 


그 기간 라이벌의 부모님과 여동생과도 가까워졌다. 


쓰러지고 21일째 되던 날, 라이벌은 드디어 깨어났고 23일째에 의식이 완전히 돌아왔다. 그는 남성에게 "돌주먹 안녕. 역시 네 주먹은 너무 아프다"라며 웃어줬다. 


그 이후 라이벌은 더 이상 복싱을 할 수 없었다. 남성은 트라우마로 복싱을 그만뒀다가 상대와 상대 가족의 설득에 다시 올림픽을 목표로 운동을 하고 대학에도 진학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리고 대학교 2학년이 되던 때, 그의 여동생에게 "오빠가 하늘나라로 갔다, 줄 게 있으니 장례식장에 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그동안 미세하게 출혈이 계속 있었고, 수술을 했지만 영영 깨어나지 못했던 것. 


장례식장에 도착하자 그의 여동생은 한 통의 편지를 남겼다. 편지에는 "야 돌주먹. 사실 나 처음부터 그냥 왠지 너랑 친해지고 친구 하고 싶었다. 우리 친구 맞지?"라고 쓰여 있었다. 


수술 전에 쓴 편지라는 이야기를 듣고 슬픔에 사로잡힌 남성은 복싱을 그만두게 됐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사연을 전한 남성은 "지금은 세월이 많이 지나 아픔보다는 아련함이 큰 제 최고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다. 저희집 거실에는 사진과 트로피가 있고 녀석의 여동생은 제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첫째 아들의 이름은 녀석의 이름으로 지었고, 녀석의 부모님도 모시고 녀석과 함께 살고 있다"며 글을 마쳤다. 


사연을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라며 만들어 낸 이야기 같다는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다만 대다수는 "눈물 난다. 혹시라도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현실이 영화보다 더 슬프고 아름답다", "글 읽으면서 왜 눈물이 나지 했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라며 남성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