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29일(토)

소아과 전문의가 말하는 의사들이 소아과를 기피하는 3가지 현실적 이유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최재원 기자 = 30대 소아청소년과(소아과) 전문의가 자신의 진료 과목에 대한 고충을 쏟아냈다.


지난 7일 블라인드에는 '소아과 전문의야. 넋두리 한 번만 해도 될까?'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이 의사라고 밝힌 A씨는 최근 새벽 오픈런 사태 등 소아과와 관련한 여러 뉴스를 접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서 직접 진료를 보는 의사로서 소아과가 힘든 점을 설명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그는 첫 번째로 수가(객단가)가 너무 낮은 점을 짚었다. A씨는 "하루에 100~150명을 진료해도 1명 당 받을 수 있는 돈이 너무 낮다"라고 했다. 이어 "소아나 성인이나 기본진료비(수가)는 같지만, 성인들은 기본진료비만 내는 경우는 잘 없고, 검사가 많이 붙지만 소아과는 그렇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근데 눈앞에 좀 더 쉬운 길이 있다. 껌 100개 팔아 마진 1만 원을 남기느니, 비싼 거 10개 팔아 같은 마진을 남기는 방향으로 의사들이 직종 변경을 한다"라고 언급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두 번째로 소아 진료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소아는 성인과 달리 자신의 아픔을 잘 표현할 수 없다. 소아과 의사는 제3자인 보호자와의 소통과 면밀한 진찰을 통해 아이의 병을 파악해야 한다.


A씨는 "아이들이 의사를 무서워한다. 울면서 나를 걷어찰 때가 많은데 특히 4~5살 아이들은 힘도 세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똑같은 4분 진료를 봐도 소아 15명보다 성인 15명이 훨씬 덜 힘들다. 과 특성상 박리다매를 해야 하는데, 한 명 한 명 실수하면 안 되니 체력이 너무 많이 든다"라며 하소연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SBS '낭만닥터 김사부'


마지막으로 아이 보호자의 태도를 꼬집었다. A씨는 "자신 아기 귀한 건 알지만 병원에서 그릇된 모성애, 부성애의 발현이 너무 잦다. 진료 과정에서 의사가 말을 곱게 하면 되는 일이지만 이상한 타이밍에서 급발진을 하는 부모들이 많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모성애·부성애의 잘못된 발현과 맘카페 소문, 사실관계 확인 없는 감정적 공분까지 3박자면 몇 달 안에 (의사들) 밥줄이 끊어지는 걸 많이 봤다"며 자신도 열의를 많이 잃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말미에는 "난 정말 아이들에 예뻐서 이 일을 선택했고, 정부에서 잘 해결해 주면 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인사이트29일 '소아청소년과 폐과'를 선언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 뉴스1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소아과 의사가 엄청 어렵구나",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담담하게 이 일을 해 줘 너무 감사합니다", "소아과 의사들을 늘릴 수 있는 대책이 정말 필요해 보인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한편 지난 3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소아과 전문의들이 낮은 수가와 코로나19로 인한 진료량 급감, 수입 감소 등으로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며 '폐과'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