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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해고 통보'한 사장한테 "그동안 고마웠다"며 돈봉투 주고 간 외국인노동자

한 중소기업에서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는데도 그동안 잘 대해줘서 고마웠다며 돈봉투를 주고 떠난 외국인 노동자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직원 15명 중 6명을 제외하고 모두 외국인인 지방의 한 중소기업에서 외국인 노동자 5명이 해고를 당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사장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공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3개월 동안 2개 라인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불법체류자였던 외국인 5명을 해고했다. 


공장 가족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지난 수년 동안 함께 고생하며 어려움을 나누던 동료 직원들이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영화 '방가? 방가!"


대부분 동남아 출신인 외국인 노동자들은 월 250~300만원을 벌었는데, 월급의 80%는 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냈다. 


타국에서의 어려운 삶에도 이들은 가족사진을 보며 더욱 성실하게 일했다. 


가족들을 생각하며 버텨온 이들에게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일지 모른다. 난리를 피워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외국인 노동자들은 해고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영화 '방가? 방가!"


그중 1983년생인 태국인 조장은 사장에게 다가가 '그동안 잘 대해줘서 고마웠다'고 인사를 건넸다. 다른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몇몇 직원은 이들의 인사에 눈물을 흘렸다. 


숙소에서 짐을 싸고 돌아온 태국인 조장은 '형제와 헤어질 때는 그 사람을 기억할 수 있는 무언가를 나눈다. 자기들은 많은 우정을 받았으니 당신들도 이걸 받고 자신들을 기억해 줬으면 한다'며 봉투를 건넸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MBC '밥이 되어라'


봉투 안에는 30만원이 들어 있었다. 


한국인 직원들이 괜찮다며 거절했지만 그는 '언제까지 여기서 일할지 몰라서 조원들끼리 조금씩 매달 모았던 거니까 받고 자신들을 기억해달라'고 했다. 


돈 봉투는 애써 냉혈한인 척했던 사장에게도 전달됐다. 사장의 돈 봉투에는 9만원이 들어 있었다. 


사장은 "난 왜 9만원이야?"라며 농담조로 말을 건넸지만 "돈이 모자라서 그랬다. 미안하다"는 태국인 조의 말에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해당 사연은 지난 25일 같은 공장에서 근무하던 한 근로자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리며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상황이 슬프다", "타국에 와서 정 붙일 곳 없이 일했을 텐데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가족 같고 형제 같았던 듯하다", "심성 곱고 따뜻한 사람들이 복 많이 받았으면"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은 지난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에 있다. 행안부에서 현황 발표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입국 절차 강화와 국내 산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