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과학수사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 현장에서 합동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 뉴스1
'분당 정자교'를 설계했던 회사... "올림픽, 서해, 광안대교도 설계했다"
[인사이트] 최민서 기자 = '분당 정자교'를 설계했던 회사가 광안대교, 서해대교, 올림픽대교의 설계도 맡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붕괴사고로 2명의 사상자를 낸 분당 정자교의 설계는 당시 국내 엔지니어링 업계의 선두주자였던 '삼우기술단'이 맡았는데,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업체가 정자교를 1993년 설계하고 2년 뒤인 1995년 자금난으로 폐업했다는 점이다.
정자교의 붕괴된 원인 중 하나로 '설계 왜곡의 가능성'이 꼽히는 상황에서 다른 대교 역시 재검사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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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978년 종합건설용역업체로 출범한 '삼우기술단'은 중앙고속도로, 해운대 신시가지 조성사업 등 전국의 대형공사의 설계와 감리를 수행했으며 당시 국내 엔지니어링업계의 선봉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1995년 주거래은행으로부터 7억 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내고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 결국 폐업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삼우기술단은 당시 방만한 경영, 자회사의 경영 악화, 중국 투자 등 무리한 사업 확장 등으로 자금난을 겪었다.
삼우기술단이 '캔틸레버'(cantilever, 보1개의 다리) 형식으로 지은 정자교의 붕괴 원인에는 보행로에 지지대가 없다는 점이 지목됐다.
캔틸레버 형식의 보도교란 한쪽 끝은 교량에 부착돼 있지만 반대 쪽 끝은 밑에서 하중을 받치지 않은 채 설치된 보도교를 말하며, 차도 아래에만 교각이 있고 보행로에는 지지대가 없다.
지난 5일 붕괴한 정자교 / 뉴스1
행정당국은 탄천 위를 가로지르는 20개 교량 중 삼우기술단이 설계한 교량이 더 있는지 확인하면서 20개 전체 교량에 대해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다.
또한 정자교와 같은 캔틸레버 공법으로 건설된 16개 교량을 대상으로 하중을 분산시킬 수 있는 구조물(잭서포트)을 설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6일 신상진 성남시장은 분당신도시 내 교량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 현장에서 "한 16개 정도가 교량에 보행전용 도로에 지지버팀 다리가 없어서 항시 그런 (붕괴)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지난 5일 오전 9시 45분쯤 탄천 정자교가 붕괴하면서 걸어가던 2명이 추락했다. 이로 인해 30대 여성 A씨가 숨지고, 20대 남성 B씨는 중상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