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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했던 친구가 응급실 의사된 후 인간혐오증 걸려 '헬조선+노인비하' 쏟아내는 사연

과거 순둥이로 불리던 고등학교 동창이 응급실 의사가 된 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응급실 의사가 된 후 180도 변한 친구


[인사이트] 최민서 기자 = 학창 시절 '순둥이'로 불리던 친구가 응급실 의사가 된 후부터 말끝마다 노인 비하를 일삼았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응급실에 일하는 찐친 인간혐오증 걸린 것 같아'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며칠 전, 응급실 의사가 된 고등학교 동창과 만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KBS2 '그렇게 살다'


그는 "친구 B가 과거엔 순하고 범생이 스타일이었는데 응급실 의사가 된 후부턴 말끝마다 '헬조선'과 '노친네'라는 말을 달고 산다"며 당황스러운 일화들을 공개했다.


B씨와 맛집을 방문했다는 A씨는 "음식을 고르던 중 옆자리 할아버지가 B의 어깨를 잡으면서 '메뉴판이 전부 영어라서 모르겠다'며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B가 손을 탁 쳐내더니 고개를 돌리고 할아버지를 무시해 버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포기하지 않고 B씨에게 말을 걸었고 결국 화가 난 B씨는 종업원에게 자리를 옮겨달라고 한 뒤 할아버지를 째려보며 욕을 읊조렸다.


B씨는 "저런 노인들은 메뉴 추천해 주면 나중에 맛없었다고 진상 부릴 인간이다"라며 "인생에 엮이지 않게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SBS '닥터스'


A씨는 "할아버지를 쳐다보며 욕을 읊조리던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져 나조차 무서웠다"며 "평소 순한 친구인데 저소득층 사람들이 못 배워서 억척스러운 행동을 보일 때마다 한 번씩 폭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느 날엔 길거리 국화빵을 함께 사 먹으려는데 국화빵 아주머니가 강매를 했다. 그러자 B가 손등으로 탁 쳐내면서 거절하더니 또 살기 어린 눈빛으로 '인간들이 싫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후 B씨가 털어놓은 응급실 일화를 들은 뒤 수긍하게 됐다고 전했다. B씨는 "무단횡단해서 죽을 뻔한 노인들 살려줬더니 오히려 돈을 내놓으라는 건 기본이고 싸움으로 머리가 깨져서 온 아저씨가 간호사한테 근덕대다가 끌려나가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MBC '뉴하트'


또한 "이미 다 죽어서 온 환자에게 사망선고했더니 유가족이 와서 멱살 잡고 난동 부렸는데, 알고 보니 10년 넘게 연 끊은 자식이었던 경우도 있었다"면서 "자살시도 한 사람 살려놓으면 왜 살려놨냐고 난리 치고 아동학대 의심돼서 신고하면 문신 떡칠한 남자가 협박하고 가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A씨는 "B가 하는 말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너무 깊어서 비난할 수가 없었다"며 "인간이 싫다는 친구가 안타깝다가도 응급실에서 최선을 다하는 친구가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해당 사연이 공개되자 다수의 누리꾼들은 "좀 과할 때도 있지만 B씨의 행동은 예민한 게 아니다"며 "서비스직 하는 사람들도 고충이 심한데 의료진들은 얼마나 심하겠냐"고 B씨의 행동에 일말 공감했다.


현직 119 구급대원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동네 종합병원에 새로 들어온 의사분이 첫 한 달간은 친절하게 웃고 있었는데 이후부턴 눈 밑도 퀭해지고 매우 힘들어 보였다"며 "나 같아도 진상 환자를 계속 만나면 인간 혐오 걸릴 것 같다. 상식 없이 행동하는 몇몇 사람들은 제발 변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반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애꿎은 사람한테 무시하고 불친절하게 행동하는 게 정당화돼선 안 된다"며 반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가해자는 따로 있는데 왜 엄한 사람한테 화풀이 하냐"며 "본인도 언젠간 노인층에 들어갈텐데 노인혐오 하는 건 생각이 짧은 것 같다"고 비난했다.


한편 지난 2018년 대한응급의학회가 긴급으로 조사한 응급실 폭력실태 조사결과, 응급의료인 97%가 폭언을 경험했으며, 63%는 폭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월 1~2회 이상 폭언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현재 근무지에서 평균적으로 월 1회 폭행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 중 55%는 근무 중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밝혀 심각성을 보여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