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2주 이용료 2500만원인데...강남 산후조리원서 신생아 '집단감염' 됐다

인사이트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vN '산후조리원'


산후조리원 집단 감염, 원인은 면역력 약한 산모와 아이가 한 공간에 모여 있어서


[인사이트] 정봉준 기자 = 서울 강남에 있는 H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 5명이 동시에 RSV(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에 집단 감염된 일이 알려졌다. 해당 산후조리원은 2주 이용료가 최대 2500만 원에 이르는 최고급 산후조리원이다.


9일 조선일보는 지난 2일 H산후조리원에 머물던 신생아 12명 중 5명이 RSV에 집단 감염된 사실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5명 중 3명은 인근 대형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H조리원은 모든 입소자를 퇴소시킨 후 임시 휴원하기로 했다. 방역 당국은 추가 감염자가 있는지 확인함과 동시에 모자보건법 위반 사항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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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집단감염은 빈번히 일어난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약 5년간 2045명이 산후조리원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 중 절반 이상(1165명)이 신생아다. 이토록 집단감염이 잦은 이유는 면역력이 약한 산모와 신생아가 한 공간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산후조리원에서 가장 흔하게 걸리는 바이러스 감염은 RSV와 로타바이러스다. 두 바이러스는 걸리면 면역력이 쌓이지만, 신생아 때 걸리게 되면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인사이트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vN '산후조리원'


감염에 취약한 산후조리원, 그런데 이용률은 해마다 늘어...'출산 후 = 산후조리원' 인식이 잡힌 우리나라


특히 RSV는 영유아에게 모세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로타바이러스는 급성 설사·고열·탈수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재빨리 조처하지 않으면 하루 만에 숨지기도 한다.


지난해 11월에도 산후조리원 집단 감염 사례가 있었다. 경기도 용인 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 11명이 RSV에 감염 됐었다. 또 2015년 서울 은평구 한 산후조리원에서는 신생아 30명이 잠복 결핵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2001년 경기도 고양 산후조리원에서는 신생아들이 구토와 설사 증세를 보이다가 결국 숨지기도 했다. 이처럼 감염에 취약한 산후조리원인데도 이용률은 해마다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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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2021 산후조리 실태 조사'에 따르면, 산후조리원 이용률은 2018년 75%에서 2021년 81%로 높아졌다. 국내에서 출산하면 산후조리원에 당연히 가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힌 셈이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밤이 되면 산모를 푹 자게 해주려고 아기들을 신생아실에 모아 재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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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은 '엄마'를 위한 곳, 아이는 위험해...2500만 원짜리 산후조리원도 감염 못 막았다


그러면서 "엄마는 좋을지 모르지만 아기는 항상 감염될 수 있는 셈"이라며 산후조리원의 실태를 지적했다. 산후조리원 이용과 관련해 소아과 전문의들은 출산해도 산후조리원에 잘 안 간다는 말까지 있다. 


이번에 집단 감염이 발생한 H산후조리원은 2주 이용료가 특실 기준 최고 2500만 원이다. 일반실도 980만 원~1500만 원이다. 호텔 부럽지 않은 시설이지만, 감염은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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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산후조리원은 의료 기관이 아닌 (식당 같은) 다중 이용 업소로 분류되기 때문에 감염 차단 조치가 미흡하고, 감염 사고가 나도 가벼운 처분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 관리를 의료 기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법령 기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후조리원) 여건상 쉽지 않겠지만 신생아 감염 예방을 위해서도 산후조리원에서 모자 동실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