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10년간 돼지 똥 치우던 태국인 근로자 숨지자 야산에 시신 유기한 농장주...거주 환경 '충격'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자신이 운영하는 돼지농장에서 일하던 태국인 근로자가 숨지자 경기 포천시의 한 야산에 유기한 농장주가 구속됐다.


이런 가운데 근로자가 숨지기 전 생활했던 숙소의 열악한 모습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7일 경기 포천경찰서에 따르면 의정부지법은 이날 사체유기 혐의를 받는 A씨(60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 2일 포천시 영북면의 한 야산에 태국 국적 남성 B씨(60대)의 시신을 트랙터에 실어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인사이트태국인 근로자 시신이 발견된 야산 / 사진=포천이주노동자센터


그의 범행은 이틀 뒤인 4일 발각됐다. 이날 B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태국인 지인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같은 날 오후 야산에서 B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부검 결과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불법체류자(미등록 이주노동자)인 B씨를 고용한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 시신을 유기했다"라고 진술했다.


현재 경찰은 A씨의 아들도 입건해 함께 범행을 저질렀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인사이트경기 포천시의 한 돼지농장에서 숨진 뒤 인근 야산에 유기된 태국인 근로자의 숙소 모습 / 사진=포천이주노동자센터


B씨는 10여 년간 A씨가 운영하는 농장에서 일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에서 B씨는 돼지 1천여 마리를 농장주 A씨와 함께 돌봤다.


그는 돼지 분뇨를 치우거나 심야에 돼지를 돌보는 등 힘든 일을 도맡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돈사 건물 한 귀퉁이에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진 작은 구조물이 B씨가 지내는 숙소였다. 이곳에서는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악취가 풍겼다.


가로세로가 3m 정도에 불과한 좁은 방은 잡동사니와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으며 옆에는 방 절반 크기의 주방이 있었다.


B씨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였기 때문에 관련 기관의 보호 대상에서도 제외된 상태였다.


그는 농장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인간관계에서 고립돼 종종 태국에 있는 가족과 연락만 할 뿐 대부분 방에서 홀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포천이주노동자센터 관계자들은 "열악한 이주 노동자 숙소를 많이 가봤지만, 이 정도는 본 적이 없다"라고 입을 모았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이주노동자 중에서도 3D라는 불법체류자들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라면서 "불법체류자는 가뜩이나 열악한 이주노동자 보호 제도에서도 소외돼 있어 열악함을 말로 할 수도 없다"라고 전했다.


이어 "고용주 입장에서는 미등록 노동자의 노동력을 착취하기 쉬워서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퇴직금 미지급은 거의 관행이며 임금도 제대로 안 주고 심지어 갑자기 사망하면 몰래 화장한다는 소문도 공공연히 들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인적인 열악한 주거 환경이 사망 원인과 관련이 있는지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