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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전 오늘(6일) 납치돼 '총살' 당한 21살 이대생...'무기징역' 받은 범인은 VIP병동 생활

21년 전 오늘 법조인을 꿈꾸던 이화여대 법대 4학년 하지혜씨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납치돼 청부살인업자에게 살해당했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끔찍한 상태로 발견된 21살 여대생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21년 전 오늘(6일)이었다. 오전 5시 반, 수영장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 이화여대 법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21살 하지혜 씨의 연락이 끊겼다. 


하씨가 돌아오지 않자 아버지는 직접 딸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딸이 납치당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했다. 


열흘 뒤 경기도 하남시 검단산에서 하씨의 시신이 참혹한 상태로 발견됐다. 


머리와 안면에 6발의 총상이 있었다. 부검 결과 한쪽 팔에서만 3군데의 골절상이 발견됐다. 잔혹하게 구타를 당한 뒤 총살당한 것이다. 


인사이트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2'


사건의 배경, 그리고 청부살인


사건이 발생하기 약 1년 전, 하씨는 명예훼손 범죄 피해를 입었고, 범인을 고소하여 승소해 접근금지 명령을 얻어냈다. 


범인은 하씨의 이종사촌 오빠의 장모이자 당시 영남제분 회장의 부인이었던 윤길자다. 그녀는 1999년 사위의 여성 관계에 대한 이상한 전화를 받고 사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판사였던 사위는 하씨가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자신에게 법 관련 질문 전화를 자주 한다고 둘러댔고, 윤길자는 이때부터 하씨와 사위의 관계를 의심했다. 


평소 망상장애와 기타 정신병 때문에 의심이 많던 윤길자는 사위를 감시하기 위해 딸 내외방에 도청 장치를 심고, 자신의 재력을 이용해 하씨의 미행을 지시했다. 


인사이트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2'


이때 동원된 인원만 25명에 이른다. 경찰과 흥신소 직원 등이 동원되었고, 하씨의 친구들 전화번호까지 알아내 '하씨와 사위가 같은 건물로 들어가는 사진'에 현상금 3억원을 거는 등 집요하게 감시했다. 


당시 사법시험 준비생이던 하씨의 동선은 항상 집-학교-도서관이었기 때문에 사위와 내통한 증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미행인들 모두 윤길자에게 하씨가 불륜과 무관하다고 설득했으나 윤길자는 '도서관 지하에 비밀 출입구가 있는데 왜 도서관으로 들어가서 조사하지 않느냐'며 역정을 냈다고 한다. 


하씨가 윤길자를 상대로 소송을 걸자 불리해진 윤길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조카에게 살인을 청부했다. 결국 하씨는 시신으로 발견됐고, 사건 발생 1개월 후에 배후에 있던 윤길자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인사이트병원에서 발견된 윤길자 /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2'


주범 윤길자의 형집행정지 악용, 하씨의 어머니는 술로 세월 보내다 사망


납치범들과 미행자들은 재판을 받았다. 납치범들은 징역 3년에서 3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미행자들도 가담 정도에 따라 모두 처벌받았다. 


2003년 11월에는 살인범에 대한 재판도 열렸다. 1심에서 윤길자는 무기징역, 직접 살해한 윤길자의 조카와 그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함께 살인을 저지른 사채업자는 20년 형이 선고됐다. 


항소심에선 두 살인범에게도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윤길자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조카와 사채업자를 위증 혐의고 고소하는 등 사법 처리를 피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윤길자는 얼마 후 다시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2013년 형집행정지를 악용해 교도소가 아닌 VIP 병실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 약 30개월 이상 형집행정지를 받아 VIP 병실에서 생활하며 수시로 외출을 하기도 했다.


인사이트하지혜 씨 어머니의 편지 /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2'


윤길자가 끝내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도, 반성하지도, 용서를 구하지도 않는 사이 유족들은 고통 속에서 살았다. 


하씨의 어머니는 하씨가 주검으로 발견된 하남 검단산 인근에서 거주하다가 지난 2016년 사망했다. 죽을 때까지 딸을 잃은 슬픔과 고통에 휩싸여 술로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씨의 아버지는 한 방송국에 편지를 보내 "그동안 내 딸을 죽이라고 사주한 그 사람이 진정한 반성과 사과의 뜻을 보여줬더라도 내 마음이 이토록 분하고 억울하진 않았을 것. 아무리 용서하려고 해도 쉽게 용서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