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촌티 벗은 구내식당들 "우리도 일류 셰프, 유명 맛집"

<충북대학교 학생식당 추억의 '닭갈비 도시락'>

 

요즘 기관이나 대학의 구내식당을 맛보단 싸게 한 끼를 때우는 곳으로 깎아내려서는 곤란하다.

 

요리 프로그램이나 '먹방', 유명 셰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회 세태를 반영하듯 구내식당들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구내식당의 대명사인 '싼 가격'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좋은 재료와 맛으로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다. 기호에 따라 골라 먹도록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곳도 있다. 

 

공공기관들은 '건강한 식단'을 내놓는다. 

 

지난 8일 오후 12시 10분께 청주 청원경찰서. 구내식당에 들어서자 구수한 음식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흰색 위생복 차림의 요리사들은 음식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메뉴는 무밥이었고, 반찬은 고등어무조림, 양파오이초조림, 느타리피망 볶음, 김, 총각무, 콩나물국 등이었다. 

 

식당은 순식간에 90여명의 직원들로 가득 찼다. 청원서 구내식당은 모든 음식 재료를 국산으로 사용한다. 참기름과 들기름을 방앗간에서 직접 짜 사용하는 등 요리 비용을 아껴 가격을 3천500원에 맞췄다. 

 

한 아주머니는 "집밥처럼 맛있게 만들려는 우리의 노력을 알아주는지 직원 대부분 여기에서 점심을 먹는다. 감사하다"고 활짝 웃었다. 

 

같은 시각 충북도청 구내식당도 붐비긴 마찬가지였다. 

 

친환경 국내산 쌀과 잡곡으로 밥을 짓고, 직접 담근 김치를 배식한다고 했다.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도록 닭고기, 돼지고기, 달걀, 수산물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든다고 식당 영양사가 전했다. 

 

이 영양사는 "영양의 균형에 초점을 두고 식단을 짜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농협 충북지역본부 구내식당은 기관 특성상 신선한 채소와 과일로 직원들의 입맛을 책임지고 있다.

 

대학교 구내식당은 개성 강한 젊은 학생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

 

<청주대학교 학생식당의 '함박 스테이크'>

 

청주대 학생식당은 '국민 음식' 라면부터 돼지고기 묶은김치찜, 치즈 함박스테이크, 수제 소시지 오므라이스, 차슈덮밥 등 한식, 양식, 중식, 일식, 간식 등 20가지의 메뉴를 판다.

 

학생들의 얇은 지갑 사정을 고려해 가격은 2천500원∼4천원으로 책정했다.

 

식당 인기를 드러내듯 이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저렴하게 학생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숙사 카드를 판매한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기숙사 카드를 이용하면 10∼15% 할인받는다고 한다.

 

이 대학에 다니는 김모(22)씨는 "외부로 가면 오히려 비싸기만 해서 교내에 있을 때는 거의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편이다. 맛도 유명 맛집에 뒤지지 않는다"고 엄지손가락을 척 내밀었다. 

 

충북대의 학생식당은 이 대학 졸업생이나 재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먹어봤을 3천500원짜리 추억의 도시락 세트로 유명하다. 

 

학생 절반가량 이 도시락을 주문해 허기를 달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사각형 놋도시락통에 돼지불고기, 닭갈비, 달걀말이, 김치, 어묵을 넣고 위에 김을 뿌린 군침 도는 도시락이다.

 

학생식당 측은 조금 더 색다르고 다양한 메뉴를 구성해 학생들에게 공급하기 위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일반인들에겐 학생들보다 비싼 가격을 받는다. 

 

'맛집'과 요리가 화두인 시대에 구내식당들이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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