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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건너는 노인 보고 액셀 밟은 40대 여성...통장에 1억 입금됐다

지난 2020년 9월11일 오후 2시24분께 전북 군산의 한 도로에서 운전 중이던 A씨(43·여)는 차로 변경 직후 들고 있던 음료수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보험금 노려 고의사고 내고 "못봤다"법원 "반성 기미 안보여…엄하게 처벌해야" 징역 20년


[뉴스1] 김혜지 기자 = 아, 엄마 나 (음료수) 흘렸어."


지난 2020년 9월11일 오후 2시24분께 전북 군산의 한 도로에서 운전 중이던 A씨(43·여)는 차로 변경 직후 들고 있던 음료수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조수석 뒷자리에는 전 시어머니 B씨가 타고 있었다.

몇 초 뒤 A씨의 승용차는 무언가에 부딪힌듯 "쾅" 소리를 내고 멈췄다. A씨와 B씨는 "이거 뭐야" "기다려봐"라며 상황을 살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차에서 내린 A씨는 트렁크 쪽으로 갔다. 70대 여성 C씨가 쓰러져 있었다. A씨는 곧바로 119에 신고했고 C씨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C씨는 치료를 받았지만 다발성 골절로 끝내 숨졌다.


A씨는 이 사고로 형사 입건됐다. 하지만 유족과 원만히 합의해 중벌을 피할 수 있었다. A씨가 가입한 보험회사는 그해 11월13일 교통사고 처리 지원금 명목으로 유족에게 1억원을 지급했다. A씨가 가입한 또 다른 보험사도 합의금 명목으로 총 7606만2400원을 유족에게 줬다.


가해자인 A씨도 억대 보험금을 받았다. A씨는 공소장을 첨부해 보험사에 제출했고 형사합의지원금 명목으로 1억2000만원을 받았다.


사망사고는 이렇게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얼마 후 A씨는 법정에 서는 신세가 됐다. 적용된 혐의는 살인 및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진실은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혼 후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던 A씨는 전 남편과 과실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전 남편은 2015년부터 여러 차례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전력이 있었다. 이 같은 범행으로 전 남편은 약 8개월간 보험금 9600여만원을 받았다. 그가 얻은 근로소득의 2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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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전 남편의 범행을 모방했다.


A씨는 사고 당시 70대 노인 C씨가 길을 건너는 모습을 보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A씨는 C씨가 도로 가장자리에 다다른 순간 핸들을 살짝 꺾어 들이받았다. 당시 속도는 시속 42㎞였다.


하지만 A씨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사고 당시 음료수를 (마시려다) 흘려 고개를 숙이고 닦는 사이에 사고가 났다"며 "충돌이 이뤄지고 나서야 C씨가 부딪힌 사실을 알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동승했던 전 시어머니의 진술은 달랐다. B씨는 "(사고 당시) '충격이 발생한 것과 동시에' A씨가 음료수를 쏟았다"고 말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엇갈린 진술은 유죄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법원은 "사고 당시 차 안에 함께 있던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려 A씨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A씨의 진술대로 진로 변경과 동시에 음료수를 마시려 했더라도 전방을 주시하며 정차하거나 감속이라도 하는 게 정상인데 계속 가속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1심 재판을 맡은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정성민)는 지난달 8일 "피고인이 교통사고를 가장해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살해하는 방법으로 보험금을 취득했다"며 "기대여명이 얼마 남지 않아 유족들과 쉽게 합의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는 고령인 피해자를 골라 범행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시종일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어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피고인이 금고형의 집행유예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면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A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