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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대장"이라 부르던 '장애인 남매' 직원이 지각했던 날, 혼내려다가 오열했습니다

장애인 남매와 함께 일한다는 중소기업 직원의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웹드라마 '이과장의 좋좋소'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장애인 남매와 함께 일한다는 중소기업 직원의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회사에 장애인 2명 있는데"라는 제목으로 전해진 사연에 따르면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A씨에게는 잘 따르는 후배 직원 둘이 있다. 


이 둘은 남매다. 바람에 낙엽이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지는 것만 봐도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이 남매는 깔깔대고 웃는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두 사람은 A씨를 "대장"이라고 불렀다. 항상 A씨보다 먼저 출근해 A씨가 출근할 때를 기다린다.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고 A씨를 기다리다가 모습이 보이면 "대장!"이라면서 뛰어와 A씨의 앞뒤에 선다. 


두 사람을 회사까지 배웅해주는 어머니는 이런 모습을 보고 흐뭇한 미소로 인사를 나눈 뒤 집으로 돌아가 점심때쯤 도시락을 들고 온다. 


두 남매가 하는 일은 지게차 상하차다. A씨에 따르면 이 둘은 지게차 운전을 할 때만큼은 나름 진지하다고 한다. 그 많던 웃음기는 싹 사라진다고.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동생이 지게차를 운전하면 누나는 목에 걸고 있는 호루라기를 불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주의를 준다. 그렇게 오전 일과를 마친 남매는 엄마가 들고 온 도시락을 먹고, 퇴근할 때는 A씨의 차를 타고 집에 돌아간다. 


헤어질 땐 항상 "대장 내일 봐!"라는 인사를 남기고 갔다. 


이들의 평범한 나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항상 A씨보다 일찍 오던 남매가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웹드라마 '이과장의 좋좋소'


A씨는 남매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으나 아차 싶었다. 함께 일한 지 3년이 됐음에도 남매의 휴대폰 번호가 없었다. 이력서를 뒤져 간신히 번호를 찾았으나 역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뭔 일 있나'라는 생각으로 남매를 기다리며 시간이 흘렀다. 오전 11시쯤이 됐을까 저 멀리서 남매가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A씨는 '지각한 거 혼좀 내줘야겠다'며 화난 척을 하려 했는데,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눈물과 콧물로 범벅된 남매의 얼굴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남매는 "대장 돈이 필요해! 돈 좀 주면 안 돼?"라며 울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남매의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고, 수중에 몇천 원밖에 없었던 남매가 급히 회사로 찾아온 것이었다. 


장애가 없었다면 병원에서 곧장 택시를 타고 회사로 왔겠지만, 남매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간 다음 차로 15분 거리인 회사까지 뛰어왔다. 


A씨는 "엄마랑 같이 걸어서 출근하던 길로 헐레벌떡 뛰어온 게 마음 아팠다"며 "그 출근하는 길이 장애 있는 아이들에게 하루 일과 중 하나였고, 3년간의 기억이라고 생각하니..."라고 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회사에서는 3년 동안 성실히 일한 남매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A씨에게는 회사에 출근하는 대신 병원에 가서 남매와 어머니를 돌보라고 했다. 


남매에게는 2주 휴가를 내주고, 병원비는 회사에서 전액 지불했다. 


A씨는 "어머니도 정신 차리셔서 나는 좀 전에 집에 왔는데, 그냥 뭔가 마음이 좀 그렇다. 어디 얘기할 데도 없고"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연을 푼 이유를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러면서 "다음 주부터 애들 휴가인데 좀 많이 허전할 것 같다"며 글을 마쳤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 일부는 주작이라는 반응을 남겼지만 대부분은 A씨의 회사 사장님과 직원들을 향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이런 회사가 많아져야 됨", "비장애인이 배워야 할 부분도 많다", "훈훈한 글이네요. 눈물 날 뻔했습니다", "회사가 너무 멋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