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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에서 빨리 철든 애들 싫다"는 치킨집 사장님에 욕설 대신 '응원 댓글' 달린 이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빨리 철든 아이들이 싫다는 글에 욕설 대신 응원 댓글이 달렸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빨리 철든 아이들이 싫다는 치킨집 사장님


[인사이트] 최민서 기자 =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님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남들보다 빨리 철든 애들이 싫다'며 글을 올렸는데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난한 집안에서 빨리 철든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사연자 A씨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치킨집에 알바생 두 명이 있다"면서 "한 명은 평범한 생활을 하는 알바생, 다른 한 명은 어려운 형편 속 무리하게 일하는 알바생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평범한 집안의 알바생 일상엔 미소가 나오는데..."


그는 "평범한 생활을 하는 알바생은 매번 가족끼리 여행 다니고 외식했던 일화를 말하면서 소소한 일상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평범한 얘기를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A씨는 "그와 동시에 형편이 어렵다는 알바생 B군의 얘기를 들을 때면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는 "B군은 항상 '월급 중 절반 가불 받을 수 있을까요?', '동생 학원비가 밀렸어요'라고 말한다"면서 "한 번은 B군의 어머니가 일하다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말을 듣고 함께 병원에 갔다"고 말했다.


A씨는 눈앞에 힘없이 누워있는 B군의 어머니와 그걸 하염없이 울며 지켜보는 B군을 보고는 병원비를 대신 냈다.


이에 B군의 어머니가 감사하다며 꼭 갚겠다고 하자, B군은 "제가 꼭 갚을게요"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 모습에 마음이 미어진 A씨는 "월급 가불도 받아 갔으면서 어떻게 갚을 건데"라고 장난스럽게 묻자 B군은 "일을 더 하겠다"고 빠르게 대답했다.


A씨는 아직 학교 졸업도 안 했는데 더 일하려고 하는 B군의 모습에 더 이상 웃지 못했다.


B군은 "중3때 전단지로 첫 알바를 시작해서 그 이후로 번 돈은 모두 집에 가져다줬다"면서 "내가 힘든 것보다 엄마랑 동생이 힘든 게 더 싫다"고 말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러면서 "빨리 어른이 돼서 엄마를 호강시켜드리고 싶다"며 나이에 맞지 않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며칠 뒤, A씨는 B군이 여동생과 '수학여행'으로 다투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또 가슴이 미어지기 시작했다.


B군은 "돈 걱정하지 말고 수학여행 가라"고 소리쳤고 그의 여동생은 "재미도 없고 오빠도 수학여행 안 갔지 않냐"며 반박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수학여행비를 대신 내주고 싶었지만 '동정'으로 비춰질까 망설이다 결국 지인들을 불러 가짜 상황을 만들었다.


그는 먼저 B군에게 휴일이라고 통보를 내리고는 지인들을 손님인척 불렀다. 이후 B군에게 급한 일인 척 도와달라고 연기하며 용돈 20만 원과 여동생 수학여행비 10만 원을 건네줬다.


A씨는 "나는 B군 나이에 맨날 엄마한테 반찬 투정이나 하고 아이돌 콘서트를 가겠다고 나서다가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며 "B군을 볼때면 가끔 슬퍼진다"고 씁쓸해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이어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조금은 철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면서 "무조건 아이를 낳으라고 장려할 게 아니라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아이들이 아이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라고 짧은 문구로 글을 마무리 지었다.


A씨의 글이 공개되자 누리꾼들 사이에선 수많은 공감과 위로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들은 "나도 형편이 힘든 집에서 자란 아이들을 볼 때면 아이 같지 않아서 너무 슬프다", "옛날부터 애늙은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고 공감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처음 내용만 보고 '가난 혐오'하나 싶었는데, 현실 문제만 짚었다", "같은 어른이지만 진짜 어른이시네요", "눈물이 핑 도네요", "사장님 같이 좋은 분 계셔서 다행입니다"라고 A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