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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전 월드컵서 '자책골' 넣었다가 살해당한 비운의 축구선수 (영상)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자책골을 넣었던 콜롬비아 선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의 안타까운 사연이 재조명 되고 있다.

인사이트안드레스 에스코바르 / Colombia Reports


월드컵 자책골로 살해당한 콜롬비아 축구 선수의 충격 사연 재조명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월드컵 축구 열기로 가득한 요즘, 월드컵과 관련한 다양한 사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중 28년 전 출전했던 콜롬비아 대표팀 선수의 사연은 큰 충격을 안겼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세계 축구 팬들 경악게 한 28년 전 선수 피살 사건


지난 26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유니래드(UNILAD)는 1994년 7월 2일 27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콜롬비아 축구 선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Andres Escobar)의 사연을 재조명했다.


1967년 콜롬비아에서 태어난 안드레스 에스코바르는 깔끔한 플레이 스타일과 침착한 성격으로 국민들로부터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선수였다.


그는 남아메리카 굴지의 수비수로 활약하며 1990 FIFA 월드컵 이탈리아와 1994 FIFA 월드컵 미국에 출전했다.


인사이트1994년 6월 22일(현지 시간) 미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사진을 찍는 콜롬비아 대표팀 / GettyimagesKorea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콜롬비아는 강력한 우승 국가로 지목됐다.


남미 지역 예선에서 디에고 마라도나가 뛰는 아르헨티나를 5:0으로 무찔렀을 때 에스코바르는 승리의 주역 중 한 명으로 꼽힐 만큼 맹활약을 했다.


본선에 진출한 콜롬비아는 1차전에서 루마니아에게 1:3으로 패한 뒤 1994년 6월 22일 미국과 2차전을 치르게 됐다.


그리고 이날 경기는 에스코바르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인사이트자책골을 넣은 안드레스 에스코바르 / GettyimagesKorea


단 한 번의 자책골은 에스코바르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1994 FIFA 월드컵 미국 조별리그 A조 2차전 미국과의 경기는 절대 패해서는 안되는 경기였다.


하지만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콜롬비아는 1:2로 미국에 패하며 충격을 안겼다.


전반 34분, 미국의 하크스가 크로스로 올려준 볼을 콜롬비아의 센터백 안드레아스 에스코바르가 차단하려다 오히려 볼의 방향을 바꿔 콜롬비아의 골문으로 굴러들어간 것.


에스코바르의 자책골로 콜롬비아는 1대 2로 약체로 꼽히던 미국에 패하며 예선에서 탈락했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우승을 꿈꾸던 콜롬비아 국민들은 분노했다.


에스코바르에게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고 콜롬비아의 악명 높은 마약 조직 '메데인카르텔'은 "선수들이 귀국하는 대로 살해하겠다"라는 무시무시한 협박을 하기까지 했다.


이에 선수단은 귀국을 주저했다. 마투라나 감독은 에콰도르로 피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미국의 친척 집에 가려던 에스코바르는 죄책감을 가지고 홀로 귀국했다. 이때 그는 귀국하지 말았어야 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자책골은 선수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콜롬비아가 월드컵에서 탈락한 지 5일이 지난 1994년 7월 2일 오전 3시께 에스코바르는 여자친구와 함께 자신의 고향인 메데인의 술집에 갔다가 차에 혼자 앉아있었다.


이때 그에게는 세 명의 남성이 접근했고 곧 언쟁이 이어졌다.


얼마 후 두 남성이 38구경 권총을 꺼내들었고 에스코바르는 6발의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그와 함께 있던 여자친구는 "괴한이 에스코바르에게 '자책골 고맙다'라며 시비를 걸었고 총을 발사하면서 한 발씩 쏠 때마다 '골!'이라고 외쳤다"라고 증언했다.


에스코바르에게 총을 쏜 일행은 도요타 픽업트럭을 타고 달아났고 에스코바르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45분 후 사망했다.


인사이트움베르토 카스트로 무뇨스 / YouTube 'AP Archive'


그의 죽음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에스코바르를 살해한 범인은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 경호원인 움베르토 카스트로 무뇨스(Humberto Castro Munoz)로 밝혀졌다. 그는 에스코바르를 살해한 다음날 체포됐다.


카스트로는 마약 밀매업자이자 갈론(Gallon) 갱단의 리더였던 산티아고 갈론(Santiago Gallón)의 운전사로도 일했다.


인사이트에스코바르의 장례식에서 꼬마가 꽃을 두고 있다. / YouTube 'AP Archive'


당시 갈론은 경기 결과에 큰돈을 걸었지만 패하자 분노한 상태였다고 알려져 그가 살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갈론 형제가 검찰청에 뇌물을 줘 카스트로로 수사 방향을 돌렸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갈론 형제를 용의자로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해 카스트로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인사이트Divulgação


에스코바르의 장례식에는 12만 명 이상의 국민이 참석했다.


그를 살해한 카스트로는 1995년 징역 43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10년 후인 2005년 모범수로 석방돼 논란이 일었다.


2002년 7월 메데인 시는 에스코바르를 추모하는 동상을 제작했고 콜롬비아에서는 매년 그의 기일이 되면 축구 경기에서 그를 기린다고 한다.


한편 콜롬비아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