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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생명 구한 '수술용 장갑', 알고 보니 로맨틱하고 재밌는 사연으로 발명됐다

외과 의사들에게 없어선 안될 아이템인 수술용 장갑의 탄생 비화를 소개한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의사들의 필수템 '수술용 장갑'에 담긴 놀라운 사연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외과 의사'하면 어떤 물건이 떠오르는가. 대부분이 파란 수술용 라텍스 장갑과 날카로운 메스(수술용 칼)를 떠올릴 것이다.


수술용 장갑은 우리가 흔히 쓰는 고무장갑, 비닐장갑과 달리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감염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 이런 수술용 장갑의 역할은 알고 있지만, 아마 수술용 장갑의 탄생에 담긴 이야기는 알지 못할 것이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수술용 장갑의 탄생 스토리가 전해져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인사이트윌리엄 할스테드 / Johns Hopkins Medicine


수술용 장갑, 알고 보면 로맨틱한 아이템


수술용 장갑은 누군가에게는 '악마'로 누군가에게는 '위대한 영웅'으로 불리는 한 천재 의사에 의해 발명됐다.


바로 윌리엄 할스테드(William Halsted)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자료에 따르면 가장 위대한 외과 의사로 꼽히는 할스테드는 존스 홉킨스 병원(Johns Hopkins Hospital) 창립 교수 중 한 명으로 30년 동안 탈장 수술을 포함한 수많은 수술 기술을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외과 의사를 위한 훈련 프로그램과 레지던트 시스템을 구축한 인물이다.


할스테드는 세심하지만 예민한 성격으로 학생들에게는 매우 두려운 존재였다. 특히 코카인 마취 특성에 대한 자가 실험을 하던 그는 이후 마약 중독과 힘든 싸움을 했고 이로 인해 그의 성격은 더욱 괴팍해졌다.


완벽한 무균 상태에 집착했던 그는 학생들의 손을 매일 확인해 크게 호통을 쳐 제자들 사이에서는 '악마'라고 불렸다.


인사이트윌리엄 할스테드 박사가 의료진과 직원들 앞에서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 Association for Academic Surgery


그는 어떻게 하면 의사의 손을 무균 상태로 유지할 수 있을지 늘 고민했다.


이런 그의 고민을 해결해준 이는 바로 외과 수석 간호사였던 캐롤라인 햄튼(Caroline Hampton)이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귀족 여성이었던 햄튼은 남북 전쟁 이후 가난한 생활을 하며 간호사로 일했다.


뛰어난 간호사였던 그녀는 눈에 띄는 외모를 자랑해 단번에 할스타드의 마음을 빼앗았다.


인사이트캐롤라인 햄튼 / Chesney Archives - Johns Hopkins Medicine


사랑하는 여성이 손이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고 싶었던 의사


1889년에서 1890년으로 이어지던 겨울, 햄튼은 팔과 손에 피부염을 일으킨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가난한 환경에서 집안일까지 해야 했던 햄튼은 평소 손의 피부가 매우 약했다.


당시 의료진은 맨손으로 수술을 했으며 4단계에 걸쳐 손을 소독해야 했기에 그녀의 손은 멀쩡한 날이 없었다.


의료진은 수술 전 비누로 손을 씻은 후 과망가니즈산칼륨 용액에 담근 다음 뜨거운 옥살산에 담가 살균한 뒤 염화수은 용액으로 세척해야 했다.


얼마 뒤 햄튼이 계속되는 피부염을 견디지 못하고 일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는 할스테드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손을 소독하지 않으면 환자가 감염돼 죽을 수도 있기에 그는 손 소독을 하지 않게 할 수도 없었다.


인사이트1893년 만들어진 최초의 수술용 장갑 / WHYY


그녀가 병원을 그만둘까 걱정됐던 할스테드는 고민 끝에 뉴욕의 유명 고무회사에 연락해 수술할 때 손을 보호할 수 있는 장갑 두 켤레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완성된 장갑이 마음에 들었던 할스테드는 이후 대량으로 장갑을 사들였다.


이게 바로 현재 의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수술용 장갑의 시초다.


햄튼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장갑은 얇고 탄성이 있어 사용하기 편했다.


자신을 위해 장갑을 개발해준 것에 감동했는지, 햄튼은 이후 할스테드의 청혼을 수락해 그와 부부가 됐다.


인사이트만화로 그려진 할스테드와 햄튼의 이야기 / VeinityFair


놀랍게도 위생에 그토록 집착하던 할스테드는 당시 수술용 장갑을 세균 감염을 막는 수단으로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그에게 수술용 장갑은 그저 의료진의 손을 보호하는 도구였다.


장갑이 세균 감염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몇 년이 지나서야 실현됐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짝사랑이 만들어낸 위대한 발명품


결벽증을 가진 천재 의사가 개발한 수술용 장갑은 이후 의사들의 필수 아이템이 되어 전 세계 수많은 환자와 의료진의 생명을 구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너무 로맨틱한 이야기다", "로맨스 드라마 한 편을 본 것 같다", "사랑이 위대한 발명을 끌어냈다"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