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대구 참사' 당시 최초 불 난 열차가 아닌 후속 열차서 142명이 숨진 안타까운 이유

인사이트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지금으로부터 19년 전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에서 시민 192명이 숨지는 끔찍한 참사가 일어났다. 


놀라운 점은 전체 사망자의 70%가 넘는 인원이 최초 화재가 발생한 열차가 아닌 반대편에서 진입한 열차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참사는 사령실의 안타까운 대처가 원인이 됐다.


지난 5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에서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졌다.


당시 수상한 남자가 한 손엔 약수통, 한 손엔 라이터를 든 채 지하철에 탑승했다. 1079호 열차가 중앙로역에 들어서던 그 순간 남자의 바지에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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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열차 안에서 솟구친 불은 삽시간에 옆 칸으로 또 옆 칸으로 옮겨 붙었다. 불길을 피해 승객들의 탈출이 시작되던 그때, 1079호 반대편 승강장으로 진입한 1080호 열차까지 불이 옮붙었다.


이 과정에선 사령실과 기관사의 어처구니 없는 대처가 있었다. 이런 상황이 일어날 경우 사령실은 후속 열차의 진입 금지 혹은 무정차 통과 지시를 내렸어야 했지만 별도의 대처를 하지 않았다.


사령실은 특별한 지시 없이 "중앙로역 진입 시 조심히 운전하여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지금 화재 발생했습니다"라는 안내만 할 뿐이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당시 1080호 열차에 탄 승객들은 대피하지 않고 열차가 출발하기 만을 기다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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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승객들은 화재 연기가 올라왔음에도 "잠시만 참아달라"는 열차 안내방송에 입을 막고 자리에 앉았다고 한다.


당시 승객이 찍은 사고 현장 사진에는 뿌연 연기가 열차 안으로 들어오는데도 자리에 앉아 안내 방송을 따르는 승객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결국 화재 발생 4분 만에 중앙로역에 정차한 1080호는 곧 화마에 휩싸였고 전기가 끊겼다. 뒤늦게 상황을 알게 된 기관사가 열차 출입문 개방 버튼을 눌렀지만 전기가 끊겨 열리지 않았다.


결국 시민들은 탈출하지 못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 전체 사망자 192명 중 74%인 142명이 1080호 열차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