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 승려 페이스북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법흥사터 연화문(추정) 초석에 걸터앉은 것을 불교계가 비판해 논란이 된 것을 두고 일부 승려들이 다른 시각을 전했다.
일부 승려들은 "비판할 일이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 부부를 감싸고 나섰다.
지난 8일 경북 청도 소재 한지전용미술관인 영담한지미술관 관장인 승려 영담은 페이스북에 "조계종 승려로서 말씀드린다. 산행을 하시다가 빈 절터 아무렇게나 놓인 주춧돌을 만나시거든 잠시 앉아 쉬셔도 괜찮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쉬시면서 먼 산 구름도 보시고 빈 절터 무상한 이치도 깨달으시라. 부처님도 좋아하실 것이다. 이를 시비하는 조계종단의 유치함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라"라고 말했다.
영담 승려 페이스북
승려 허정(서림)은 해당 글을 공유하며 "같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종단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허정 승려는 "부처님과 제자들이 지나다가 이런 주춧돌을 보았다면 분명 부처님도 주춧돌 위에 앉아서 쉬었을 것이다. 그루터기 같은 주춧돌에 앉는 것은 쉬기 위해서인데 이것을 마당에 떨어진 십자가 위에 서는 것과 같은 불순한 의도로 보는 것은 참으로 악의적이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앞서 불교계는 문 대통령 부부가 지난 5일 북악산 산행 중 법흥사터 연화문 초석에 앉은 사진이 논란이 되자 '청와대의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참담하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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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문화재청은 입장문을 내고 "문 대통령 내외가 착석하신 법흥사터 초석은 지정 또는 등록문화재가 아니다. 사전에 보다 섬세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며 앞으로는 더욱 유의하겠다"라고 해명문을 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역시 "언론과 불교계에서는 오래된 종교적, 역사적, 문화적 의미가 있는 그런 원초석 위에 (문 대통령이) 앉은 걸로 오해하실 수가 있다"라며 "원래 있었던 그 초석이 아니라 해방 이후에 누군가가 법흥사를 한번 복원해 보려고. 소위 그냥 그런 돌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조계종은 "정부 관계자들이 보여준 이러한 사고는 자칫 국민에게 지정문화재가 아니면 아무렇게나 대해도 상관없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발언이다. 천박한 문화재 인식을 드러낸 문화재청장과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사퇴하라"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