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아기 길냥이를 살리기 위해 '포르쉐'를 뜯었습니다"

인사이트Instagram 'photographer_pjh'


[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차량 내부에 들어간 어린 고양이를 살리기 위해 기꺼이 '포르쉐'를 해부한 차주의 사연에 찬사가 쏟아졌다.


지난 25일 페이스북 고양이 커뮤니티에는 "길냥이를 살리기 위해 포르쉐를 뜯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서울 신촌에서 어린 길고양이와 마주쳤던 한 포르쉐 차주 A씨가 당시를 회상하며 작성한 글이었다.


A씨는 이날 신촌의 대로변을 지나던 중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차도 끝에서 인도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잔뜩 겁을 먹은 채 이리저리 오가는 것을 목격했다.


인사이트Instagram 'photographer_pjh'


A씨는 안타까운 마음에 아기 고양이를 구하려 차를 세웠는데 그만 아기 고양이 차의 휠 쪽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꺼내주려고 손을 뻗으니 나오기는커녕 오히려 하부 틈새로 더 깊숙히 몸을 숨기고 말았다.


손이 닿기는 했으나 꺼낼 수 있을 만큼은 아니었고, 고양이는 몸에 잔뜩 힘을 주고 절대 나오지 않으려 버틸 뿐이었다.


이 와중에 지나가던 행인은 "저 비싼 차가 더 중요하지 한낱 고양이가 중요하냐며 그냥 몰고 가버리라"는 말도 보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차량을 움직일 수도 없던 차주는 119에 신고해서 잠시 교통통제를 요청한 뒤, 견인차를 불러 카센터로 이동했다.


인사이트Instagram 'photographer_pjh'


상황을 살핀 카센터 사장님은 "다른 차들은 모르겠는데 사장님 차는 뜯으면 비싸다. 무조건 몇 백만원 나온다"라고 조심스레 견적을 밝혔다.


"뜨... 뜯어주세요"


포르쉐 차주는 몇 백만원의 수리비가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고양이를 위해 멀쩡한 차를 뜯기로 결정했다. '돈이야 또 벌면 되지'하는 생각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하부 커버를 찢는 것으로 고양이를 구출하는데 성공했다. A씨는 고양이를 즉시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건강검진을 받게 하고 영양제와 예방접종을 겸한 주사까지 맞춘 뒤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냈다.


인사이트Instagram 'photographer_pjh'


사실 길고양이가 진료를 받는 동안 그의 손에는 고양이집과 화장실용 모래, 사료 등등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당시 길고양이 입양에 큰 관심이 있었던 차주가 '묘연'이라고 생각해 해당 고양이를 직접 키울 심산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수의사의 한 마디에 A씨는 생각을 바꿨다.


수의사는 "아깽이가 뒤도 깨끗하고 스트릿 출신 치고는 건강 상태가 아주 양호하다"며 "어미의 보호를 충분히 받고 있고 주변에 천적이 없는 상태다. 만약 데려가서 키운다면 그것이 과연 구조인지 아닌지 잘 생각해 보셔라"고 조언했다.


결국 차주는 손에 들려있던 고양이 용품들을 반품하고, 아기 고양이를 만난 곳으로 데려가 방사해 주는 것으로 '묘연'을 매듭지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텐데 멋지다", "인간 포르쉐", "구조가 아닌 납치가 될 수 있다는 수의사의 충고를 따른 것도 잘한 결정", "포르쉐도 뜯어버리는 상남자" 등의 반응을 보이며 감탄했다.


한편 119는 동물 구조 신고에 출동의 의무가 없다. 다만 안전과 관련한 이슈라면 출동을 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