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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정유진 기자 = "올해 고등학교 입학, 공부로 짱 먹어보고 싶어요"
'인생 2회차'라는 표현이 있다. 제나이 같지 않게 성숙한 사람을 두고 쓰는 신조어다. 설을 맞아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나타난 배우 이지원(16)도 '인생 2회차'를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즉각즉각 조리있게 대답을 해낼 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밝히는 데도 막힘이 없었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된다는 이 2006년생 배우는 JTBC '스카이캐슬'부터 OCN '경이로운 소문' SBS '라켓소년단'에 연이어 출연하며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다.
이지원의 가장 최근작은 '라켓소년단'이다. 지난해 말 열린 SBS 연기대상에서 이지원을 포함한 '라켓소년단'의 배우들은 팀 부문 조연상을 거머쥐었다. 하얀 드레스를 차려입고 무대에 서서 "'라켓소년단'은 이 상을 받을만한 작품이다"라고 밝힌 이지원의 당찬 수상 소감은 화제를 모았다.
"그냥 간단하게 머릿속에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그리고 정말 정말 수고했다는 말씀드리고 이 정도만 하자 지원아, 오케이' 하고 딱 올라 갔는데 막상 올라가 보니까 너무 할 말이 많이 생각나는 거예요. 그래서 간단하게 뼈대만 준비해서 살만 붙여야지 했던 게 살이 붙고 붙고 붙이고 붙이고 해서 굉장히 길어졌어요.(웃음) 그때 적절한 타이밍에 끊어주시고 마무리 인사까지 시켜주신 신동엽 MC님께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안 끊어주셨으면 과거의 이지원이 무슨 짓을 저질렀을지 모르겠어요."
'라켓소년단'에서 해남제일여중 정한솔 역할을 맡은 이지원은 방윤담을 연기한 배우 손상연과 귀여운 '중학생 로맨스'를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중학생 연애에 이렇게 설렐 일이냐"며 '빵솔 커플'의 로맨스에 열광했다. 극중에서는 동갑내기지만, '빵솔 커플'의 실제 나이차는 네 살이다. "네 살이나 많은 배우와 연기를 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촬영 현장에서 '액션' 하면 그 순간 나는 한솔이가 되는 거다, 한솔이가 윤담이를 친구처럼 대하는 게 당연하다"는 현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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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켓소년단'에서 한솔이가 윤담이랑 연애를 하잖아요. 그걸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한솔이와 윤담이의 풋풋하고 귀여운 측면을 잘 보여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시청자 분들이 몰입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주변에서 조언이 쏟아졌다. 모든 조언들이 도움이 됐다. 이지원은 "간질간질 설레는 네 마음을 표현해보면 어떨까?"하는 식의 조언들을 들으면서 감정을 표현해 보려 노력했다고 했다. 상대역 손상연 역시 연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다고.
'라켓소년단' 속 이한솔은 밝고 친구가 많은 '인싸' 캐릭터다. 이한솔과 같은 나이인 이지원은 학교에서 어떤 학생일까?
"발랄한 그런 성격은 저한테도 조금 있는 것 같은데 한솔이가 '핵인싸'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핵인싸'까지는 아니고요, 그냥 소중한 친구들 몇 몇과 함께 즐겁게 노는 그런 스타일이에요. 한솔이한테서 '인싸력'을 약간 빼고 약간 너무 당찬 그 느낌만 살짝 빼면 제가 아닐까 싶어요.(웃음)"
드라마에서 가장 친하게 지냈던 배우는 이재인이었다. 극중 절친으로 나오는 두 사람이지만, 실제 나이는 이재인이 두 살 많다.
"언니가 지금 19세, 제가 17세인데 친구처럼 너무 잘 맞춰주고 재밌게 놀아주고 해서 언니에게 고마운 점이 너무 많아요. 보통 '액션' 하면 다른 사람이 되는데, 재인 언니와 연기할 때는 '액션' 해도 '그냥 언니야' 하는 느낌으로 연기했어요."
중학교에 다녔던 3년간의 시간. 이지원의 인생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원활한 연기 활동을 위해 김해에서 용인으로 이사를 왔고,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고, 여러 편의 드라마와 영화를 찍었다. 너무 알차 아쉬움이 없는 시간들이었다.
"좋은 작품들, 좋은 친구들,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던, 좋은 추억이 많은 그런 시절이에요. 제가 앞으로 스무살, 서른살이 돼도 중학생 시절은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올해 1월에 졸업식을 했어요. 전형적으로 표현하자면 시원섭섭했다고 할 수 있는데 가장 크게 들었던 마음은 '내 3년 돌려내!' 이런 거였어요.(웃음) 너무 즐겁게 살다보니 훅 지나갔어요. 되게 짧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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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배우로 데뷔한지 8년이 됐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 똘똘한 주인공 채랑이를 연기한지 8년이나 지났다는 말이다.
"분명 저는 여덟살이었는데 여긴 어디?(웃음) 하루하루는 되게 천천히 가잖아요. 새 날이 오고, 자꾸 새로운 날이 이어져요. 그러다 '뭐야? 1년이 지났네' 하는 거예요. 연기를 처음 시작한 이후로 하루하루는 되게 알차고 길었거든요. 알차고 근데 모아놓고 보니까 되게 짧아요."
이지원을 가장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작품은 'SKY 캐슬'이었다. 'SKY 캐슬'에서 그는 주인공 한서진(염정아 분) 강준상(정준호 분) 부부의 둘째 달 강예빈을 연기했다. 당시 'SKY 캐슬'은 20%가 넘는 시청률로 JTBC의 위상을 높였고, 출연진 모두가 고루고루 주목을 받게 됐다. 이지원의 경우 "예빈이"라는 극중 이름이 크게 알려져 학교에서도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후배들이 자신을 "강예빈 선배"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강예빈이라는 그 친구를 기억해 주시는 게 너무너무 감사해요. 벌써 3년 전인데 계속 응원해주시고 그런 거라서 감사하죠. 그렇지만 저는 이지원이라는 사람이잖아요. 드라마의 힘이 강력하다 보니까, 저는 분명 다른 작품을 했고 현재는 이지원인데 여전히 예빈이에요. 그런 게 조금 아쉽기는 해요. 제 이름이 잊혔나 하는 그런 느낌이 들 때도 있고요. 참 감사하지만 이제는 이지원으로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점차 점차 이지원이 되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이지원은 버킷리스트가 있냐는 질문에 키가 172cm까지 크는 것과 "공부로 짱 먹어보기" 등과 같은 바람들을 밝혔다. 특히 키에 대해서는 현재 평균(?) 키가 166cm이라면서 "푹 자고 일어나면 168cm가 될 때도 있고, 저녁에 많이 뛰면 166cm에서 168cm가 살짝 안 되는 데까지 간다"고 구체적인 수치들을 읊어 웃음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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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말 희망사항이라고 하면 공부로서 짱 먹어보기 이런 걸 해보고 싶어요. 전교 1등은 바라지 않아요. 다섯 손가락 들어보고 싶은 꿈이 있어요.(웃음) 또 하나는 고등학교 시절에만 할 수 있는 건 아닌데 아무래도 아직 17세 밖에 안 됐지만 성인과 아이 시절 사이에 있잖아요. 그래서 연기가 깊어져서 조금 더 성인으로서의 기반을 다지고 싶어요. 배우로서 말고, 저라는 사람 자체가 한 사람으로서 조금 더 성숙해지면 좋겠어요."
희망하는 대학교는 서울대다. 이지원은 "실패를 해도 호랑이를 그리다 실패를 해야 고양이를 그린다, 꿈을 크게 잡고 최선을 다해보자는 것"이라고 부연하며 특유의 유쾌함을 뽐냈다. 실제 이지원의 성적은 좋은 편이어서, 중학생 시절 활동을 하면서도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해왔다.
"콩가루 집안이 아니라 밀가루 집안"이라고 밝힐만큼 외동딸인 이지원과 부모와 관계는 친밀하다.
"친척들을 만나는 건 코로나라서 어려울 것 같고, 저는 부모님과 집에서 오붓하게 보낼 거예요. 집에서 부모님과 아침에 늦잠도 자고 일어나서 맛있게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요. 물론 이런 건 방학이라서 지금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설날이니까 더 기대하고 있어요.(웃음)"
'인생2회차'임이 분명한 이지원은 2022년을 바라보며 갖는 소망도 남달랐다. "우리 가족이 무탈했으면 좋겠다"는 것. 내친 김에 독자들에게도 덕담을 해달라고 했더니 정말로 덕담 같은 덕담이 돌아왔다.
"제가 항상 매년 새해가 되면 드리는 말씀이 다이어트를 결심했는데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3일 안에 끝나버린다고 해요. 저는 그래서 '작심365일 하시라'고 말씀드려요. 원하시는 바 이루시고 포기하지 않고 힘내서 올해 다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