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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 '라면 4상자+편지' 놓고 간 고교생

익명의 한 여자 고등학생이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에 라면을 기부했다.

인사이트뉴스1


[뉴스1] 이수민 기자 = "모든 이들의 마음에 위로와 희망이 닿기를 기도하며 함께해요."


지난 17일 오전 5시, 아직은 하늘이 어두컴컴한 시각. 익명의 한 여자 고등학생이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을 찾았다.


A양은 양팔 가득 라면 상자를 들고 몇 차례 현장 앞을 왔다갔다 했다. 그가 현장에 옮기고 간 것은 라면 4상자. A양은 자신의 이름 대신 '작은 예수'라는 별명 만을 남긴 채 말없이 구조본부를 떠났다.


상자에는 인쇄해 붙인 메시지와 함께 A양의 손편지도 함께 있었다. 그는 "우리 가족에게 일어난 사고처럼 많은 이들이 가슴 아파하며 눈물로 기도하고 있다"며 "하루 속히 실종자 분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시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이어 "매일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가족분들 용기와 희망 잃지 마시고 힘내길 바란다. 또 사명을 다해 사고현장을 지키시는 소방관님들, 관계자분들 추가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9일째 이어지고 있는 구조 현장에서는 A양 외에도 익명의 시민들 기부가 매일 이어지고 있다. 또 주변 상인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더해져 실종자 가족과 구조대에게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부터는 구조본부 앞 철망 앞에 속속 노란 리본이 걸리며 시민들의 애도와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


노란 리본은 전쟁터에 있는 사람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뜻으로 시작된 하나의 상징이다. 국내의 경우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뜻으로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현장을 지나던 한 시민은 "무고한 시민들이 죽거나 다치는 참사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세월호 이후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며 "우리를 더 이상 울리지 말아 달라. 기적처럼 살아와달라"고 마음을 전했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해당 아파트 201동 건물의 23층부터 38층까지 일부가 무너져 내려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6명 중 1명은 숨졌고, 나머지 5명에 대한 생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