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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인정전서 조선시대 '과거시험 답안지' 무더기 발견

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 병풍 보존처리 과정에서 조선 시대 과거 시험 답안지가 발견됐다.

인사이트국립문화재연구소


[뉴스1] 윤슬빈 기자 = 바깥 공기에 노출되면서 손상을 입었던 일월오봉도의 보존처리가 완료됐다.


19일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의 보존처리를 완료하고, 보존처리 과정과 관련 연구 결과를 담은 '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 보존처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림을 지지하기 위한 병풍틀에 붙인 종이들이 조선 시대 과거 시험 답안지였다는 점 등 해체 과정에서 나타난 제작 및 복원의 흔적들이 흥미를 끈다.


일월오봉도는 해와 달, 그 아래 다섯 봉우리와 소나무 그리고 파도치는 물결이 좌우 대칭을 이루며 영원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조선 왕실에서 왕의 존재와 권위를 나타내고자 왕의 공간에 설치하는 회화다.


창덕궁 인정전의 일월오봉도는 창덕궁의 정전인 인정전 당가의 어좌 뒤에 설치된 4폭 병풍이다.


인정전이 일반 관람객들에 개방되어 바깥 공기가 들어오는 환경에 노출되면서 일월오봉도의 화면이 터지거나 안료가 들뜨고, 구조를 지탱하는 병풍틀이 틀어지는 등의 손상을 입으면서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2015년 말에 옮겨와 2016년부터 전면 해체 보존처리를 시작해 지난 2021년 말 작업을 마쳤다.


해체 과정에서 '화면~배접지~1960년대 신문지~시권~병풍틀'의 순서로 겹쳐진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1960년대 일월오봉도를 처리할 때는 조선 시대 일월오봉도의 제작 시 사용했던 기존의 병풍틀을 재사용해 지금까지 이어져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전면 해체 후 각 재질을 분석해 병풍틀의 수종과 사용된 안료, 배접지, 바탕 화면의 재질 등을 각각 확인했으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보존처리에 적용했다.


이번 보존처리에서는 기존 병풍틀이 충해와 틀어짐 등의 구조적인 손상으로 인해 재사용이 불가능해지면서 수종 분석 결과를 토대로 새로 제작했다.


이밖에 '인정전영건도감의궤'와 '인정전중수도감의궤', 1900년대 초 경복궁 근정전 일월오봉도와 덕수궁 중화전 일월오봉도의 유리건판 사진, 창덕궁 신선원전 일월오봉도 등 문헌과 사진, 유사유물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정전 일월오봉도의 장황을 녹색운문단에 꽃문양 금박을 붙이는 등 의궤 속 모습을 재현했다.


또한, 고문서 전문가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병풍틀의 첫 번째 배접지로 사용된 여러 장의 시권 중 총 27장이 과거 시험 답안과 관련 있는 시권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이 중 25장의 시권이 동일한 시험에서의 답안으로 1840년에 시행된 '식년감시초시'의 낙폭지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조선왕실에서 제작한 일월오봉도는 낙폭지를 재활용해 제작한다는 사실과 제작 연대가 1840년대 이후로 특정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한편, 이번에 발간한 '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 보존처리'보고서에는 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에 대한 그동안의 보존처리 과정과 재료 분석 내용, 일월오봉도 병풍의 변형에 관한 미술사적 연구와 장황의 고증, 병풍틀에 배접된 시권의 내용과 의미 등을 상세히 실었다. 보고서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누리집에도 공개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