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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0차원 또는 알고리즘의 창의'

이 책은 정보기술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통해 오늘날의 '창의' 개념을 새로 쓰고, 정보기술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질 앞으로의 예술들을 적극적으로 긍정한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커뮤니케이션북스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알고리즘적 사고는 부지불식(不知不識) 간에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양말 개기, 시장 보기, 약속 장소에 찾아가기 등과 같이 비교적 일상적이고 간단한 목표가 주어진 경우에도 단지 의식하지 않거나 의식하지 못할 뿐, 우리는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순서와 방식, 그리고 실행을 항상 생각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곡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오브제를 만드는 작품 활동도 얼마든지 알고리즘적 활동의 범주에 든다고 볼 수 있다. 논리성과 체계성만 있을 뿐 아름다움과는 동떨어진 듯 보이는 알고리즘과 알고리즘적 접근방식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만드는 과정일 수 있는 셈이다.


알고리즘적 사고를 반영해, 최근 예술계 일각에서는 스스로를 예술가나 아티스트 대신 작가 혹은 창작자(creator)로, 한 발 더 나아가 그저 만드는 자(maker), 또는 작업하는 자(worker)로 간주하는 움직임이 증가하는 추세다.


창작, 작품 등의 용어들에 켜켜이 쌓여온 해묵은 관습적 함의로부터 탈피하기 위함이며, 동시에 번거롭고 화려한 수사 없이 '만듦' 자체로서 작품 활동의 근본적 의미를 담백하게 강조하려는 시도다.


이러한 시도로부터 우리는 정보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간단한 알고리즘 수식으로 벽에 그림을 그리는 솔 르윗의 '월 드로잉', 케이시 리스의 예술 프로그래밍 언어인 프로세싱™ 등이 그 사례다.


그리고 이 작업들의 중심에는 정보기술이 있다.


본디 하나였으나 오랜 기간 분리되어 있었던 예술과 기술은 우리의 지금-여기에서 다시금 융합하고 있다.


정보기술, 컴퓨터, 알고리즘, 인공지능 등은 인간의 직관, 영감, 독창 또는 창의 등을 뜻 모를 숫자와 기호로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준의 정확한 계산에 의거해 그것들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도구다.


이 책은 정보기술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통해 오늘날의 '창의' 개념을 새로 쓰고, 정보기술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질 앞으로의 예술들을 적극적으로 긍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