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 저소득층 시민에게 호텔에서 사용한 중고 비누를 제공하기로 해 일각에서 비판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리츠칼튼 등 11개 특급호텔과 업무협약을 맺고 8천명의 저소득층 시민 등에게 위생용품, 침구류, 가전제품 등 32종 물품을 제공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쪽방촌 주민과 같은 저소득 시민의 생필품이 부족한 데 비해, 특급호텔에서는 서비스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 객실용품을 빈번하게 교체하고 있는 현실에 착안해 이번 지원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사업의 배경을 밝혔다.
후원물품의 종류는 교체 주기가 하루인 비누 등 위생용품과 폐식용유, 1~3년인 이불, 배게, 실내복 등 생활용품, 3~5년인 TV, 냉장고, 컴퓨터 등 가전제품, 5~7년인 의자, 책상 등 가구류가 포함돼 있다.
호텔이 교체할 때 버리는, 대체로 새것과 마찬가지인 물품들을 생필품이 부족한 계층에게 지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호텔에서 쓴 '중고 비누'를 살균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제공한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감염병 보균 환자가 썼을지도 모르는 비누를 살균처리 하지 않고 제공할 경우 지원 받은 주민들 역시 감염 위험에 놓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살균을 하지 않는다고 자꾸 비판을 하는데 지난 번 메르스의 경우도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었다"며 "만약 비누로 감염병 전파가 가능하다면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공중 화장실에 있는 고형 비누도 모두 치워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병 전파의 가능성이란 무시해도 좋을 만큼 작은 것"이라며 "이미 일부 호텔에선 사용됐지만 깨끗한 비누를 모두 모아 저개발국 등에 후원하며 보육원에도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영진 기자 young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