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3일(화)

"37년간 제사 지냈는데 남편이 북녘에 살아 있다네요"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어요. 기어가서라도 남편을 만나야죠"


아주 오래전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해 지난 37년간 남편 제사를 지내온 이순규(84) 할머니의 사연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14일 연합뉴스는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에 사는 이순규 할머니가 오는 20~22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제20차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로 선정돼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을 만나게 됐다고 보도했다.

1949년 12월 당시 남편과 백년가약을 맺은 지 얼마 안 돼 6·25 전쟁으로 남편이 훈련에 끌려간 뒤 돌아오지 않자 할머니는 남편이 죽은 줄로 알았다.



남편없이 홀로 시부모와 핏덩이 같은 아들을 데리고 피란을 다니며 고달픈 삶을 살아야 했지만, 할머니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은 한시도 잊지 않았다.

할머니는 "한평생 보고 싶었다는 거 말로 다 못한다"며 "아들도 '아버지~' 소리를 한 번도 못했다"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옆에 있던 아들을 바라봤다.

아들 오씨는 "아버지께 제가 이만큼 성장해서 잘 살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평생을 홀로 자식을 위해 살아오신 어머니와 아버지를 안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지난 2000년 8월 첫 상봉 이후 지금까지 모두 19차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