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는 어르신 보고도...제주해변서 밤새 술판 벌인 취객들 그대로 도망갔다

인사이트뉴스1


[뉴스1] 오현지 기자 = 해가 채 뜨지 않아 한밤중이나 다름 없던 2일 이른 아침,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에 '예약등'을 켠 택시 여러대가 줄줄이 들어왔다.


술에 잔뜩 취해 비틀거리기까지 하는 성인 남녀 대여섯명이 시끄럽게 대화하며 택시에 나눠타더니 이내 자리를 떴다.


그리고 그들이 앉았던 자리엔 밤새 술판을 벌이다 남긴 쓰레기로 가득했다. 말 그대로 허물벗듯 몸만 일으킨 셈이다.


해가 서서히 밝기 시작하자 난장판이 된 백사장은 물론 나무데크, 도로변 곳곳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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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은 최근 SNS에서 핫하다는 유명 배달 음식 집합소나 다름 없었다. 배달 음식 주변으로는 소주병과 맥주병, 막걸리병 등 주종도 다양한 술병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담배는 해변 모래에 비벼 껐는지 백사장은 거대한 재떨이었고, 벌써 상하기 시작한 건가 싶은 음식물 냄새가 굳게 눌러 쓴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다.


주민 A씨(64)는 벌써 수개월째 새벽 5시만 되면 빗자루를 들고나와 쓰레기를 치운다. 치우는 사람과 버리는 사람 따로 있는 기막힌 상황이 벌써 1년째다.


이 정도면 약과라고 말문을 연 A씨(64)는 "쓰레기 가져가는 건 바라지도 않고, 치우기 쉽게 한쪽에만 버려주는 게 소원"이라며 "춥지도 않은지 아직도 해가 다 뜰 때까지 술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탄했다.


실제로 날이 밝을 때까지 백사장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남성들은 바로 옆 빗자루를 든 A씨를 보고서도 치우는 시늉 하나 없이 해변을 떠났다.


그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는 다 비워진 소주 6병에 음료수 병, 편의점 안주, 종이컵, 돗자리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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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 맞은편 주택에 사는 A씨는 매일 밤 대문 앞에서 대소변을 보는 취객들과 쓰레기 무단투기를 참지 못해 집 앞에 철망을 쳤다.


철망에는 "제발 노상방뇨하지 마세요,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이 적힌 안내문까지 내걸었다.


A씨는 "얼마 전에는 이틀 연속으로 집 앞에서 패싸움을 벌이더라"며 "30년을 여기서 살았는데 밤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새벽 같이 나와 쓰레기만 치우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주민 역시 맨손으로 해변에 널부러진 돗자리부터 치우고 있었다. 인근에서 구입해 한 번 쓰고 버린 건지 똑같은 돗자리만 10개가 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도 이호테우해수욕장은 이른바 '노상음주'를 즐기는 장소로 인기였지만, 코로나 이후 도를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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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상향으로 식당 영업이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되자 비교적 자유로운 야외에서 술판을 벌이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서다.


제주시는 피서철이던 지난 7월26일부터 8월까지 이호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음주·취식을 금하는 행정명령까지 내걸었지만 제방 등으로 사람들이 몰리며 효과는 미미했다.


결국 시민들의 방역수칙 준수와 시민의식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한편 제주도는 당초 3일까지로 예고됐던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시행 기한을 오는 17일 밤 12시까지로 연장한다.


개천절과 한글날 등 연휴기간 동안 이동량이 증가해 비수도권의 확산 우려가 커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해서는 방역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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