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최근 아파트 입주민 간 가지각색의 갈등 양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예전부터 끊임없이 이어진 논쟁이 있다. 바로 자신의 아파트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게 민폐이냐 아니냐 하는 것이다.
삼겹살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지만 집에서 구워 먹고 나면 고기 냄새가 온 집안에 배인다. 심한 경우 베란다 혹은 복도를 타고 온 단지에 냄새가 퍼지기 마련이다.
지난 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기필코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기 위해 한 가지 방법을 고안해낸 남성이 나타났다.
삼겹살 / gettyimagesBank
작성자 A씨는 "코로나 시대라고 삼겹살 식당에도 못 오게 하면서 배달도 안 된다더라"며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사진을 살펴보면 거실 중앙에 놓인 고기 불판 위에는 냄새를 빨아들이기 위한 파이프가 설치됐다. 불판에서 냄새를 빨아들인 후 바로 밖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설치된 A씨의 셀프 환풍기는 전문 고깃집에서도 쉽게 보지 못한 규모다.
그는 "집에서 구우니 방에 냄새만 배이고, 아내는 환기하라고 잔소리만 했다"며 "청계천 세운상가 가서 2만 4천원 주고 팬 하나 사고, 을지로 가서 100파이 호수 2천원어치 사고, 또 90도 100파이 엘보도 샀다"고 설명했다.
A씨는 삼겹살 구이가 너무 먹고 싶은 나머지 직접 철물점을 털어 재료를 구입한 뒤 고깃집 부럽지 않은 환풍기를 조립한 것이다.
아파트 / 사진=인사이트
A씨의 가정용(?) 환풍기를 본 누리꾼들은 "설비 기술자의 삼겹 먹방이네요", "대단합니다", "와우..." 등의 반응을 보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윗집으로 냄새 올라가지 않나요"라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아파트 베란다 삼겹살 논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며 누리꾼들이 갑론을박을 펼친 바 있다.
당시 아파트 베란다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게 민폐라고 주장한 이들은 베란다를 타고 올라오는 고기 냄새가 간접흡연에 버금가는 악취라고 표현했다. 반면 민폐가 아니라고 한 이들은 본인의 집에서 삼겹살 정도는 구워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저마다의 논리를 펼치지만 사실 정답을 정하기 어려운 문제인 듯하다. 무엇보다 더불어 사는 공간인 만큼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을 지키는 '배려'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