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이트] 조세진 기자 = 한 밤 중 버스 안에서 쓰러진 승객을 발견한 버스기사는 급하게 핸들을 틀었다. 그가 몰던 110번 시내버스의 종점은 바로 병원 응급실이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버스에 쓰러진 승객의 소중한 생명을 구한 경남 창원 버스기사의 사연이 재조명됐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 해당 사건은 지난 2017년 8월 9일 발생했다.
이날 오후 10시 35분께 110번 버스를 몰던 운전기사 A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버스를 몰고 있었다.


당시 버스에는 승객 20여 명이 타고 있었다. 버스를 몰던 A씨는 갑자기 버스 뒤편에서 '쿵'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백미러를 쳐다봤다.
거울 속으로 한 20대 남자 승객이 발작을 일으켜 들고 있던 가방을 떨어뜨린 채 의식을 잃은 모습이 비쳤다. 그 순간 A씨는 버스를 창원교도소 정거장 인근에 세운 뒤 쓰러진 승객을 향해 달려갔다.
다른 승객 몇 명도 달려와 쓰러진 남성의 상태를 확인했다. 당시 남성은 의식을 잃은 듯 보였으나 다행히 호흡에는 이상이 없었다.
A씨는 즉시 119에 신고한 뒤 나머지 승객들을 진정시키며 응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일부 승객이 '응급차가 언제 도착할지 모르니 차라리 우리가 이 남성을 데리고 병원을 가자'는 의견을 냈다.

순간 A씨는 고민했다. 환자 상태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병원으로 직접 버스를 몰다 도착이 늦어 응급치료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더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사가 급박할지도 모르는 환자를 눈앞에 둔 채 앰뷸런스만 기다릴 수도 없었다.
결국 병원으로 버스를 몰기로 한 A씨는 버스 안에 있는 승객들에게 차를 돌려도 괜찮겠냐고 의견을 물었다. 승객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병원으로 가자"며 동의했고 A씨는 즉시 핸들을 꺾어 인근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병원으로 가는 동안 승객 2∼3명이 바닥에 쓰러진 환자를 붙잡고 심폐소생술을 했다. 버스는 출발한지 약 10분 만에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차는 버스가 병원 응급실에 도착할 즈음 신고 현장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가 구급차보다 빨랐던 셈이다.
A씨와 승객들이 함께 만들어낸 기적으로 20대 환자는 치료를 받고 무사히 가족품으로 돌아갔다.
버스기사와 승객들이 보여준 용기 있는 행동은 약 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