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2일(월)

"내일(14일)부터 '택배 쉬는 날'인데 남편은 출근합니다"···택배기사 아내의 청원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인사이트] 조세진 기자 = 오는 14일 '택배 쉬는 날'이 시행됨에 따라 특수고용직인 택배 노동자들이 단비 같은 휴가를 맞게 됐지만 여전히 쉴 수 없는 이들이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택배 쉬는 날, 출근하는 게 맞는 건가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택배 종사자 아내라고 소개한 청원인 A씨는 "살이 까매지도록 뛰어다니며 배송하고 지쳐 10시도 안 돼서 잠드는 여름 8월 14일 '택배 없는 날'로 지정됐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A씨는 "매달 빨간 날만 쉬는 택배 기사들에게는 꿈같은 휴가다. 코로나로 인해 어딜 놀러 가진 못해 아쉽지만, 가족과 함께 집에서 2박 3일을 쉬며 놀 여러 계획을 세우고 있는 와중에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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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옆 대리점이 출근하니 '택배 쉬는 날'에 우리도 출근하자는 상사의 통보였다고 한다.


"출근 못하는 사람 있어?"라고 물어보는 상사의 물음에 당당히 손을 들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택배 기사들은 모두 발만 동동 구르며 상사의 눈치만 봤다고 한다.


청원인 A씨의 남편은 가족들과 함께 간만의 2박 3일 휴일을 보낼 예정이었지만 상사의 출근 통보를 받으며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A씨는 "14일 ~ 17일까지 쉬는 날이지만, 택배 업체는 고객들 불편과 택배의 혼란 등을 고려해 17일 정상 출근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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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코로나 영향으로 인해 택배 물량이 급증하고 휴가가 전혀 없는 택배 종사자들에게 휴식을 보장하고자 진행된 '택배 없는 날'이 저희 가족과 몇몇 택배 기사들에게는 소용이 없는 출근 날이 되었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가족과 휴가 계획을 짜며 신나하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잊혀지지 않는다"라며 "'택배 쉬는 날'이 재량으로 쉬는 게 아닌 의무로 실 수 있도록 도와달라"라고 덧붙였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주요 택배사들은 오는 14일부터 16일 사흘간 대체 공휴일까지 택배 노동자의 휴식 보장을 위한 '택배 쉬는 날'에 동참한다.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 로젠택배, 우체국택배가 그 대상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택배 쉬는 날'에 참여하기로 한 택배사가 휴일을 지키지 않더라도 이를 규제할 뾰족한 방법은 없어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