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2일(월)

대학다닐 때 받은 장학금 만큼 기부한 한국외대생


 

"장학금을 받은 친구가 '계속 꿈꿀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한국외대의 한 졸업생이 후배들의 장학금으로 쓰이도록 자신이 학교에 다니면서 받은 장학금 액수인 1천만원을 기부한 사연이 알려져 화제다.

 

최근 한국외대 장학공지 게시판에는 장학재단이나 기업, 혹은 지방자치단체 등이 올린 장학생 선발 안내문 사이로 '영어대학 영어학과 박민성, 박상우 장학금 안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장학금은 올해 초 영어학과를 졸업한 박상우(27)씨가 부친 박민성씨의 이름으로 맡긴 1천만원으로 마련된 것이다.

 

박씨는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장학금을 낸 계기에 대해 "6학기 동안 장학금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내가 열심히 해서 받은 성과라 생각했다"며 "그러나 일주일 내내 아르바이트하며 학교에 다니는 한 친구를 알게 된 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내가 그런 친구들이 장학금 받을 기회를 빼앗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씨가 받은 장학금은 1천만원 정도였고, 그는 부모님과 논의한 끝에 자신이 받은 만큼 학교에 기부하기로 했다.

 

박씨는 "내가 그동안 모은 돈과 부모님이 내 학비로 마련해 두셨던 돈을 합쳐 기부금을 만들었다"며 "졸업하고 바로 취직했으니 부모님께 받은 돈은 차차 갚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지 않은 돈이니 부모님이 반대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뜻깊은 일을 하고 졸업하고 싶다'고 말씀드리자 흔쾌히 동의해주셨다"며 "지지해주신 아버지께 감사한 마음으로 아버지 성함도 장학금 이름에 함께 넣었다"고 전했다.

 

기부금은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영어대학 영어학과에 다니는 3∼4학년생 3명에게 한 학기 등록금 전액을 지급하는 식으로 활용된다.

 

올해 1학기에 벌써 한 명이 받았고, 2학기와 내년 1학기에 1명씩 더 받는다.

 

이 장학금은 일정 수준 이상의 토익 점수나 학점이 있으면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지원할 수 있다.

 

박씨는 "대부분 장학금이 가정형편을 보지만 나는 학생들이 나름의 기준을 통과했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자신감을 얻었으면 하는 생각에 성적 기준도 넣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지난 학기 이 장학금을 받은 학생으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기도 했다.

 

박씨는 "졸업하면서 기부하는 일이 흔치 않아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봐 주변에 알리는 것도 꺼렸었는데 먼저 연락해주니 정말 고마웠다"며 "내게도, 부모님에게도 기부는 큰 결단이었는데 매우 뜻 깊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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