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금)

"피팅모델 촬영 미팅하러 청량리 갔는데 알고보니 '유흥업소'였습니다"

인사이트A씨가 촬영한 당시 사진 


[인사이트] 유진선 기자 = 피팅 촬영을 빙자해 여성을 불러낸 뒤 '업소일'을 권유하는, 이른바 '유흥업소 낚시' 피해를 당했다는 모델의 사연이 전해졌다.


20대 여성 모델 A씨는 23일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상세히 털어놨다.


A씨는 모델 일 외에도 피팅 촬영 및 제품 촬영 일도 부수적으로 하고 있다. 그는 일을 구하기 위해 몇몇 사이트에 프로필을 올려뒀는데, 최근 이를 본 한 업체로부터 피팅모델 제의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이 업체는 피팅모델과 손님 응대, 두 가지 분야로 나누어 구인 중이었다.


인사이트A씨가 촬영한 당시 사진


그는 "손님 응대는 단순 프론트에서 일하는 걸로 알아들었다"며 "피팅 쪽을 하겠다고 했더니 (업체 측에서) 청량리 바로 앞에서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A씨가 약속 시간에 맞춰 청량리역으로 나가자 젊은 여성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여성은 A씨와 함께 스튜디오로 걸어가면서 "원래 스튜디오가 다른 지역에 있는데, (여기로) 이전한 거라 촬영 용품 구비가 다 되어 있지는 않다", "코로나 때문에 쇼핑몰은 나중에 오픈할 건데 사진만 미리 찍는 거다"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곧이어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한눈에 보기에도 낡아 보이는 건물이었다. A씨는 "보통 스튜디오에선 담배냄새가 날 일이 없는데 입구부터 담배냄새가 났고, 비밀번호를 누르는 곳 위에 '19세 이하 출입 금지' 표시가 붙어 있었다"고 했다.

 

인사이트A씨가 촬영한 당시 사진 


A씨는 '쎄한 느낌'에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으나 구두를 신은 상태고, 짐도 너무 많아 "잠깐 들어갔다가 나오자"는 생각으로 따라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 안엔 파랗고 빨간 조명이 켜져 있었고 방이 굉장히 많았다"며 방 내부 사진도 공개했다.


20여분 간 홀로 대기하던 중 찍었다는 사진 속 방 모습은 촬영용 스튜디오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한눈에 보기에도 사용감이 있는 옷들이 주르륵 걸려 있고, 바닥에는 이불가지가 널려 있다. 


이후 A씨는 침대 1개만 있는 또다른 방으로 안내됐다. A씨는 "포토그래퍼라는 남성이 들어와 자꾸 손님 응대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유흥업소에서 일해본 적 있냐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가 완강히 거부하자 포토그래퍼는 "얼굴 비노출 가능하고 피부 색깔도 바꿔줄 수 있다"며 노출이 있는 사진 촬영을 제안했다고 한다. 


A씨는 "이런 촬영인 줄 몰랐다고 하니 또 손님 응대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A씨는이런 실랑이를 20여분 간 벌인 후에야 건물을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나오는 길에 차비 하라고 2만 원을 줬는데, 아마 입막음을 하려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처럼 모델들이 구직을 위해 온라인상에 공개한 개인정보를 악용하는 사례는 이전부터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유흥업소에서 일할 생각이 없느냐며 연락을 해 오거나, 사진을 엉뚱한 곳에 도용하는 등 피해 유형도 다양하다.


이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겪는 이들이 많은 만큼, 관계당국의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