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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지뢰밟고 정신병 얻은 남성, 31년만에 유공자 인정

31년 전 군대에서 지뢰폭발로 다친 뒤 정신분열증에 시달린다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31년 전 군대에서 지뢰폭발로 다친 뒤 정신분열증에 시달린다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이규훈 판사는 박모씨가 서울북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1983년 군에 입대한 박씨는 전방 일반 철책 초소(GOP)에 배치돼 복무하던 중 1984년 5월 비무장지대에서 보안등 설치작업을 하다가 지뢰폭발로 파편이 오른쪽 손바닥과 엉덩이 등에 박히는 사고를 당했다. 

30년 가까이 지난 2013년 11월 박씨는 이 사고로 인해 뇌 이상(정신분열증)과 우측 척골 파편상, 우측 엉덩이 파편상 등 상이를 입었다며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했다.

그러나 보훈청은 파편상은 직무수행 중 입은 상이로 인정되지만, 정신분열증은 인정하기 어렵다며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박씨는 정신분열증을 뒷받침하는 추가 자료를 첨부해 이의신청을 했으나 보훈청은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박씨가 이 사고 이후부터 침울, 불안 증세를 보이기 시작해 제대 직후에는 오물, 비눗물, 담배꽁초를 주워먹고 '내가 왕이다'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공격적 태도를 보였으며 환청으로 정상적인 대인관계나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병원 진단 내용을 사실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군 입대 전에는 정신병력이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고 성실하고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뢰 파편을 맞은 사람은 신체적 고통 외에도 엄청난 굉음과 폭발력으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충격이 수반될 수밖에 없고, 군 당국이 별다른 치료나 조치를 취한 바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고와 원고의 정신분열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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