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2일(월)

임기 끝나면 '사형제도' 없어질까봐 흉악범 23명 무더기 사형 집행시킨 김영삼 대통령

인사이트MBC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우리 형법에는 법정 최고형으로 '사형'이 명문화돼있지만,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에 속한다. 20년이 넘도록 사형 집행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서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사형은 김영삼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이었던 지난 1997년 12월 30일이다. 이날 23명의 사형수가 교수형에 처해졌다. 


1976년 27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된 후 최대 규모였다. 


사형 집행이 이뤄진 건 15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김대중 후보가 당선된 후이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정권 이양을 앞두고 대규모 사형 집행을 진행했던 것이다. 


인사이트김영삼 전 대통령 / 뉴스1(운정김종필기념사업회 김종필 화보집)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문민정부는 역대 정권 중에서 사형 집행이 가장 활발했던 정부였다. 1994년 15명을 사형시킨 데 이어 1995년에는 19명이 사형당했다. 


이때 사형당한 인물 중에는 지존파와 연쇄 살인 및 성범죄자였던 온보현 등이 있었다. 


사형이 활발하게 이뤄지자 김수환 추기경이 사형 집행 자제를 촉구했으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에 굴하지 않고 임기 마지막을 앞두고 23명을 대상으로 한꺼번에 사형 집행을 단행했다. 


정부는 당시 "법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킴으로서 사회 기강을 새롭게 확립하기 위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 미집행 사형수가 많아질수록 경제적인 부담이 커진다. 앞으로도 오래 끌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며 다음 정권을 위한 짐을 덜어주고 떠났다. 


인사이트김대중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 / 뉴스1(김대중평화센터 제공)


3개월 후인 1998년 2월 25일 김영삼 정부에 이어 김대중 정부가 출범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단 한 차례의 사형도 집행하지 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참여정부 시절이었던 200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두 정부(김대중, 노무현)는 신념으로 사형 집행을 찬성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제 우리나라가 사실상 사형 폐지국가가 되어 오늘 선포식을 갖게 되었다"라고 발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일이며 사형 제도를 통해 흉악범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형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행한 사형은 오늘날까지 우리나라의 마지막 사형으로 남아 있다.


인사이트전 남편 살해 혐의로 사형 구형 받은 뒤 무기징역 선고 받은 고유정 / 뉴스1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사형수는 2020년 말 기준 60명 정도다.


지난해에 여성 2명을 살해한 최신종, 관악구 모자 살인 사건의 가해자 조모씨, 방화살인범 안인득, 흉기로 아내와 아들을 살해한 50대 가장 등이 검찰로부터 사형을 구형받았으나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흉악범들의 범죄가 세상에 드러나고 이들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되는 것에 분노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사형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2019년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형 집행을 찬성하는 사람은 51.7%, 사형 집행 반대 및 폐지 주장은 45.7%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