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3일(화)

제2연평해전서 머리에 총 맞았고도 살아 돌아온 군인에게 주어진 잔혹한 임무

인사이트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참수리호 모형 조타실 / 뉴스1


[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제2연평해전에 갑판장으로 참전했던 이해영 예비역 원사의 씁쓸한 고백이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전쟁 이후 다친 몸을 이끌고 침몰한 참수리호를 치웠다고 하는데,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맞아 그날의 진실이 다시 수면에 떠 올랐다.


이 원사의 고백은 2019년 9월 나왔다. 2018년 전역한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이제 군인 신분이 아니니 속시원하게 우리 전우들의 이야기를 해야겠다"며 그날의 진실을 고백했다.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 25분. NLL(북방한계선)을 침범해 내려온 북한 함정의 공격으로 '참수리 고속정 357호' 정장 윤영하 소령을 포함한 장병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했다.


인사이트영화 '연평해전'


이 원사 등 대원은 빗발친 포탄과 총탄을 뚫고 전투에서 승리해 북한 함정을 NLL 북쪽으로 패퇴시켰다. 다만 승전한 대원에게 돌아온 건 냉대와 멸시뿐이었다.


이 원사는 "머리 부위 피부가 탄에 맞아 찢어졌고 꿰맸는데 8일 만에 국군수도병원에서 내쫓기듯 나왔다"며 "실밥 겨우 뽑고 마음 안정도 안 된 다를 바로 2함대 의무대로 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반 수술 환자도 그런 대접을 하진 않는다. 당시 군 내부에서는 암묵적으로 우리를 '패잔병'으로 취급했다"고 했다.


더구나 부대에서는 생존한 대원을 모아 참수리호에 남은 펄(해저 진흙)을 치우라고 지시했다. 일부 장병이 '용역을 주면 되는 게 아니냐'고 따지자 상부에서는 "너희가 (펄을) 안 치우면 누가 치우냐"며 타박했다고 한다.


인사이트영화 '연평해전'


결국 병원에서 빨리 퇴원한 대원 10여명이 펄을 모두 청소했다고 한다. 이 원사는 썩은 펄을 치우다 독이 올라 병원에 여러 차례 다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 대원에 대한 특진 역시 없었다. 윤 소령 등 전사한 용사 6명이 특진한 게 전부였다.


정부는 전사한 6명과 심한 부상을 당했던 생존 장병 3명을 각각 충무무공훈장, 화랑무공훈장 대상자로 정했다. 나머지 부사관 7명과 병사 6명은 무공포장과 대통령·국무총리·국방부 장관·참모총장 표창으로 격이 낮은 대우를 받았다.


이 원사는 아직도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배에 물이 들어오는 꿈을 꾸고 총탄과 포탄이 날아다니는 악몽을 꾼다"며 "피가 나오는 전쟁 영화를 못 본다. 동물 다치는 것만 봐도 손이 덜덜 떨릴 정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