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 뉴스1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절대 왕조 국가의 군주 특성과 현대 기업 CEO의 자질을 겸비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26일 이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제주에서 열린 16회 제주포럼 '북한에 대한 이해: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 세션에 참석했다.
그는 "최근 북한을 바라보고 있자면 '변화'가 상당히 눈에 띈다"면서 "특히 2018년도 새 국가전략노선이 제기된 이후에 변화가 더 눈에 띈다"고 했다.
이어 "집권 초기에 비하면 김 위원장의 권력은 상당히 안정돼 있다"며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았던 김정일 정권과 비교해도 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정권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방위원장 / 뉴스1(조선중앙tv 캡처)
이 전 장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주관주의적 사상을 강조했지만 김 총비서는 실용주의와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며 "국가 자원의 우선순위에도 인민 경제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변화에 대해 적응력이 상대적으로 높고 개방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탄력적"이라며 "김정은 리더십은 절대 왕조 군주라는 특성과 기업들이 가진 CEO의 자질을 겸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직 물리적인 통제와 김씨 일가를 향한 숭배가 남아있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보다는 인민 생활 안정을 중시하며 실용주의적이고 개혁적인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김 위원장이) 실용주의적인 지도자라면 남쪽과 대화도 하고 관계 개선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아직도 '고집스러운 지도자'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다른 의견을 내비쳤다.

북한의 김 위원장 홍보물 / 뉴스1(외국문출판사 화보 캡처)
이에 대해 이 전 장관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하지 않고, 남북관계에서 물리적 충돌을 하지 않고 자제하면서 미국에서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는데도 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김정은이 얼마나 실용주의적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이 정도는 돼야 개혁이고 실용주의라고 볼 수 있다'고 하는 절대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눈에는 부족할 수 있지만 북한에 대해 지속해서 관심을 가진 관점에서는 이미 변화가 불가역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석한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국 국장은 "북한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이 워싱턴에 많이 퍼져있는데 이것이 협상을 방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협상의 성공과 합의 이행을 위해서는 '북한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