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조세진 기자 = "트리마제 사는 금수저 17살이에요"
최근 10대 여고생 A양은 친구의 SNS에 들어갔다 깜짝 놀랐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사진과 친구들 사진을 올렸던 친구 계정에 처음 보는 여성의 사진과 물건으로 도배돼있었기 때문이다.
또 프로필 상태 메시지란에는 마치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인 것 마냥 적어놨는데, 실제 이 친구는 트리마제에 살고 있지도 않았다. A씨는 "친구가 SNS에서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됐다"면서 "왜 그러는지 그 이유를 물으니 '뭐가 어때서'라고 답하더라"라고 전했다.
요즘 일부 10대 사이에서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는 '리플리 증후군'을 겪는 이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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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리 증후군'이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부르는 신조어다.
이는 미국의 소설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55년에 쓴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에서 따온 말로 '리플리병'이나 '리플리 효과'라고 불리기도 한다.
리플리 증후군은 거짓말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거짓말은 다른 사람을 속임으로써 자신이 얻게 되는 이득을 목적으로 한다면 리플리 증후군은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이 만든 허구를 진실인 것처럼 믿게 되는 정신적 증상이다.
보통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이룰 수 없는 상위의 영역을 위한 거짓말을 뜻한다.
이 같은 증후군을 보이는 이들의 내면에는 열등감, 과도한 성취욕이 있다. 그들은 현재 자신의 능력으로 충족할 수 없기에 피해 의식을 갖게 되고 자신만의 허구 세계를 창조한다. 그리고 그 환상 속에서 본인이 이상적으로 생각해온 것들을 만들어오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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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 '리플리 증후군'을 겪는 환자들이 급증했는데, 그중 SNS에 가장 민감한 10대들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SNS 이용이 리플리 증후군을 만든다고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비교적 상대적 박탈감을 잘 느끼는 사람이 SNS에 의존하게 되면 허구 세계를 만들어 내는 리플리 증후군을 겪기 쉽다.
일각에서는 "외적 가치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낸 참혹한 결과다"라고 지적한다.
한편 지난 2015년 리플리 증후군을 겪은 한 한인 천재 소녀의 사연이 전해진 바 있다.
그는 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에서 만점을 받아 하버드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교에 동시에 입학하게 됐다는 소식이 알려져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기사가 보도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게 거짓으로 탄로 났다.
해당 대학 담당자에게 문의한 결과 SAT만점, 스탠퍼드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 합격 및 입학, MIT 논문 응모까지 단 하나도 사실인 게 없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 소녀를 보고 '리플리 증후군'이라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