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3일(화)

'페미니스트'라서 군대 못 간다는 남성에게 '무죄' 선고한 대법원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김재유 기자 = 대법원이 '개인 신념'에 따라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한 성 소수자이자 페미니스트 남성에게 최초로 무죄를 확정했다. 


24일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은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07년과 2012년 현역입영대상으로 판정됐지만 학업 등을 이유로 입영을 연기했다.


이후 2017년 10월 또다시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은 A씨는 이때도 정당한 사유없이 입대하지 않았고,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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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병역 거부 이유에 대해 "기독교 신앙 및 성 소수자를 존중하고 차별과 이분법적 성별 인식을 지양하는 페미니스트로서 군대 체계 및 생물학적 성으로 자신을 규정짓는 국가권력을 용인할 수 없다고 느꼈다"고 주장했다.


성 소수자인 A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획일적인 입시교육과 남성성을 강요하는 또래집단 문화에 반감을 느껴왔다고 강조했다.


이후 A씨는 기독교에 의지해 선교단체 활동을 하고 대학원에서는 페미니즘을 접하며 스스로를 '퀴어 페미니스트'로 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1심 법원은 A씨의 입대 거부 사유가 병역법 제88조 1항에서 인정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대법원이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이 인정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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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판결에 A씨는 본인 역시 '정당한 사유'로 병역을 거부했다며 항소했고, 2심은 이를 받아들였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신앙과 신념이 내면 깊이 자리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다"며 "피고인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역시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A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대법 판결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사람이 자신의 비폭력주의·반전주의 신념과 신앙을 이유로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사안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수긍한 최초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월 종교적 신념이 아닌 비폭력·평화주의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대체 복무를 허용한 첫 사례가 나왔다.


병무청 대체역 심사위원회는 어떠한 이유로도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없다는 해당 남성의 신념을 '양심적 병역거부' 사례로 인정해 대체복무를 허용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