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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 구하다 다리잃은 군인, 37년 복무 마치고 전역

15년 전 전우를 구하려다가 지뢰를 밟고 두 다리를 잃은 이종명 대령이 37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위험하니 들어오지 마라, 내가 가겠다"

 

15년 전 전우를 구하려다가 지뢰를 밟고 두 다리를 잃은 이종명(55) 대령이 당시 위험에 처한 전우에게 한 말이다.

 

지난 24일 충남 계룡대 소연병장에서는 37년간의 군 복무를 마친 육사 39기 이종명 대령을 비롯한 대령 10명의 전역 행사가 개최됐다.

 

이대령은 지난 2000년 6월 27일, 중령의 신분으로 경기도 파주 인근의 DMZ에서 수색작전을 하던 중 지뢰 폭발로 두 다리를 잃었으나 군에 남아 후학을 양성하는데 힘써왔다.

 

이종명 대령이 지뢰를 밟은 곳은 지난 8월 4일 북한의 목함지뢰 폭발 사건이 발생한 지역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당시 이대령은 후임에게 인수인계를 하는 마지막 날이었음에도 끝까지 현장 점검을 하겠다며 수색작전에 임했다.

 

이때 후임 수색대대장이 지뢰를 밟자 앞서 가던 이 대령은 "이곳은 내가 가장 잘 안다. 혼자 가서 구해오겠다"고 말한 뒤 후임을 향해 가려고 했으나 순간 또다시 지뢰가 터졌고 이 대령은 두 다리를 잃고 말았다.

 


 

군은 목숨을 걸고 동료를 구하려 한 이 대령의 사례를 통해 신체장애를 입은 현역 군인도 계속 군에 복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으며, 이에 이 대령은 2년 반 치료를 받고 군에 복귀해 정년까지 복무하게 됐다.

 

끝까지 군 복무에 헌신을 다했던 이대령은 전역식에서 "많은 고난과 시련, 위험도 겪었지만 보람과 감동, 임무 달성의 환호에 젖었던 수많은 일들이 파노라마로 스쳐 지나간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어 "지난 37년간 발전하는 조국의 국격을 높이는 데 동참해 그 대열에서 작은 힘을 보탰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언제 어디서든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달려오는 예비전력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날 이대령의 부인 김금란씨는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다른 사람들처럼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전역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전할 수 없지만 고통과 아픔을 모두 이겨내고 당당하게 전역하게 돼 감사하고 박수를 보낸다"고 말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김예지 기자 yeji@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