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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여간호사 '성추행'으로 벌금 300만원 내라 하자 소송걸고 '무죄' 받은 남성

만취해 응급실에 내원한 남성은 간호사로부터 성추행 신고를 당했고 2년간 이어진 긴 소송 끝에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술을 마시던 중 몸이 갑자기 아파 응급실에 내원했던 한 남성은 간호사에게 '성추행'으로 고소를 당했다. 

 

그릇된 행동을 한 기억이 전혀 없었던 그는 약식명령에서 나온 벌금형에 불복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지난 1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성범죄가 됐다가 무죄 받았습니다"란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과거 기흉으로 두 차례 시·수술 이력이 있던 작성자 A씨는 어느 날 친구와 술을 마시다 통증을 느껴 응급실에 내원했다.


치료를 받은 뒤 며칠이 지나고 A씨는 경찰에게 "간호사가 성추행으로 신고했으니 조사받으러 오시라"라는 전화를 받았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경찰 조사에서 그는 "그날 필름도 끊겨서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기흉으로 인해 병원에 갔을 거고, 만약 만진 거라면 아픈 부위를 가리키려고 접촉했을 거다"라고 진술했다.


간호사의 주장은 달랐다. 간호사는 진술서에 "환자를 등지고 서 있는 틈을 이용해 '여기가 아프다'라며 우측 위 옆구리를 손으로 쓰다듬었다"고 했다.


이어 "재차 같은 부위를 만지려고 시도했다"고도 덧붙였다.


간호사는 "놀란 마음에 환자의 손을 잡아 뿌리쳤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수치스러웠고 화가 났다"며 "환자의 처벌을 원한다"라며 처벌을 촉구했다.


약식명령을 맡은 판사는 간호사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A씨에게 벌금 300만원형을 내렸다. 


별다른 조사 없이 오직 간호사의 진술만 보고 내려진 명령을 A씨는 불복했다. 곧바로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1심 재판 결과 A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A씨는 "간호사의 말처럼 쓰다듬은 게 아니라 손가락으로 접촉한 점, 이게 CCTV 상으로 명확히 나왔다"고 설명했다.


판결문에는 "피해자의 우측 어깻죽지와 옆구리 사이에 있는 등 부위를 1회 검지로 접촉했다"고 쓰여있다.


또 "피해자는 손가락으로 가리킨 정도가 아니라 손바닥 전체로 쓸어내리는 방식이었다고 진술했다"면서 "피해자의 진술과 달리 1회 접촉한 장면만 확인되고, 손바닥 전체로 피해자를 길게 쓰다듬는 장면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재판부는 접촉한 신체 부위는 A씨의 통증을 느꼈던 부위와 일치하고,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민감한 부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단 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그러나 검찰은 사실오인, 법리오해로 항소했다.


검사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을 근거로 들며 "피해자의 법정 진술이 CCTV 영상과 그 추행행위에 대해 일부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옆구리를 손바닥으로 쓸어내린 것인지, 손날 부분으로 쓸어내린 것인지 등에 관한 것으로 전체 공소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극히 일부분에 대한 미세한 차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길어진 소송으로 2년 가까이 마음 졸이던 A씨는 올해 5월이 돼서야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그는 "확정 증명서도 받아 재판은 모두 끝났다"며 "만약 정식재판 청구하지 않았다면 300만원 내고 성범죄자 됐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A씨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고생했습니다", "CCTV 없었으면 정말 한 사람의 인생이 끝장 날뻔했습니다", "들인 시간과 비용은 아깝지만 잘 해결돼 다행입니다"라고 응원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