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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 두고 '이상형 월드컵'하고, 휴가 나가 '만나달라' 전화한 병사들

최근 공군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한 현역 육군 부사관은 "병사들은 여군을 간부가 아닌 여자로 대한다"며 군 부대 내 성 인지 실태를 밝혔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뉴스1] 이상학 기자 = "부대에서 여군은, 군인이기 전에 여군이에요."


최근 공군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현역 육군 부사관인 A씨는 5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병사들은 여군을 간부가 아닌 여자로 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군 성추행 사건으로 현역 부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숨진 이모 중사의 어머니가 올린 '사랑하는 제 딸 공군중사의 억울함 죽음을 밝혀주세요'라는 청원은 30만명을 돌파한 상태다.


어렵게 취재에 응한 A씨는 "갓 전입해 온 초급 간부들은 병사들과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며 "연락처를 저장했다가 '휴가 나왔는데 한번 만나주시면 안 되냐'는 전화를 하거나 SNS 친구 신청을 받아달라는 얘기도 서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군 내에서 아직 여군에 대한 제대로 된 성 인식이나 체계적인 교육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 그는 "일과시간 이후 병사들끼리 생활관에서 여자 간부들의 외모 평가를 한다"며 "부대에 있는 모든 여군을 대상으로 '이상형 월드컵'을 하며 논다는 걸 함께 근무하는 병사에게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부대에서 우리를 군인이 아닌 여자로 평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뉴스1>이 접촉한 10여명의 현역 여군 대부분은 최근 공군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으로 현역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민감한 사안"이라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현역 여성 장교는 "언론에 군 관련 내용을 말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여성 장교 출신 B씨는 군대 내 발생한 사건·사고에 대해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사건 발생 후 피해자 회유 등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피해자 회유 등 '2차 가해'가 만연하다는 취지다.


6년간 군생활을 했다는 B씨는 "어느 집단에나 회유하는 게 있을 텐데, 계급으로 누르느냐 직책으로 누르느냐의 차이"라며 "극명하게 드러나는 차이점은 사표를 낼 수 있는지다. 군대에서 이런 환경이 조성되면 도망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B씨는 성적인 비위에 대한 처벌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제도적으로는 '원아웃제'가 있지만, 음주운전과 비교해도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사가 진행됐을 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건 5명 중 1명밖에 못봤다"며 "음주운전은 보통 진급 누락급 징계를 내린다"고 덧붙였다.


여자화장실 문제를 비롯해 임신과 출산 등 여군들의 기본적인 인권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씨는 "근무하는 곳 건물에 여자 화장실이 없는데 부대에 건의해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화장실을 가려면 사무실에서 나와 컨테이너로 만들어 놓은 화장실을 가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B씨는 "임신했는데 배려를 받지 못해 유산한 경우도 있었다"며 "복지를 위한 제도는 있는데 그게 시행되지 않았을 때 처벌할 규정이 없는 게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항상 끝에 '부대 여건에 따라', '지휘관 재량에 따라'라는 말이 붙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