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3일(화)

100차례 넘게 '성추행' 당하면서도 "감사합니다"라고 해야 했던 해병대 병사

인사이트KBS News


[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최근 공군에서 동료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 부사관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해 충격을 안긴 가운데 해병대 성범죄 사건이 잇따라 대두됐다.


지난 2일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해병대 병사 A씨는 선임병 B씨로부터 100차례 넘게 강제추행을 당했다.


당시 A씨는 선임병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받고 그가 부른 곳에 가면 끔찍한 성추행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A씨는 선임병 B씨에게 "어디야, 3분대", "언제 샤워할 거야", "XX 만져줄까?" 등의 문자도 받았다.


인사이트KBS News


A씨는 "(B씨가) 생활관에 있다가 자기 XX를 보여준다든가 꼬집었다"며 "샤워하면 제 옆에서 오줌 싸고 침 뱉고, 동상처럼 세워놓고 XX를 만진다든지, 뺨 때리고 얼굴에 침도 뱉었다"라고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강제추행이었지만 A씨는 "감사하다"고 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뭐든지 선임이 해주면 '감사합니다'가 나오게끔 하는 게 해병대 안에 룰"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악질적인 걸 다 참아 내는 게 해병이다'라고 부대 내 심리적 지배를 받아 온 A씨였다. 그는 "짧은 머리채를 세게 잡고 침상에 던져 엎드리게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성추행은 멈춰지지 않았고 오히려 수위는 점점 세졌다. 강제추행을 일삼은 이는 B씨 뿐만이 아니었다.


선임병 여럿이 괴롭히는 경우도 있었다. A씨는 이때가 가장 버티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A씨는 "생활관에 누워있는데 3명이서 갑자기 저한테 와서 한 명은 팔을 잡고 한 명은 다리 잡은 채 한 명은 바지를 벗겼다"라고 고백했다.


인사이트KBS News


6개월간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해 온 A씨는 결국 외부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돌아온 건 상관의 질책이었다.


신고한 날 밤 대대장은 "도대체 어디 신고한 거길래 사단장님 귀로 먼저 들어간 거냐"며 "너는 보고 체계를 안 지켰기 때문에 신고한 거에 대해 끝나고 나서 징계 받아야 된다"라고 되레 A씨를 질타했다고 한다.


A씨가 부대 내에서 입은 끔찍한 상처는 전역 후에도 씻기지 않고 있다.


그는 "군대 때문에 인생이 망가진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도 솔직히 매일 생각난다"며 "정신과 치료를 하는데 군대 안에서 당하고 데이고 나오니까 아예 시작을 못 하겠어요. 조직 생활을 못 하겠어요"라고 후유증을 토로했다.


인사이트KBS News


1심 군사법원이 인정한 지난해 상반기 A씨가 당한 강제추행 횟수만 134차례에 이른다. 그러나 가해자 3명 중 2명은 군사법원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A씨는 "제가 사과를 받지도 않고, 용서하지도 않았는데 그런 높으신 판사 분들이 임의로 생각해서 (피의자들) 나이가 어리다며 집행유예를 내려준 거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 억울하죠 진짜"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한편, 지난달 군인권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센터에 지원을 요청한 강간·준강간 관련 상담 건수는 2019년 3건에서 2020년 16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성희롱 관련 상담 건수도 44건에서 55건으로 증가했다.


YouTube 'K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