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서울대 일부 학생들이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 가운데 '페미니즘적'이라고 판단한 글에 동시다발적으로 신고를 눌러 삭제시키려 한 정황이 공개됐다.
28일 한겨레는 서울대학생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Anti-F Union(남혐발언신고방)' 이라는 오픈 카카오톡방이 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단체 채팅방의 참여자들은 서울대 재학·졸업생들이 가입한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게시된 댓글을 조직적으로 신고해 삭제시킨 결과를 공유한다.
'남혐발언신고방'은 이달 중순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반페미톡방 지원 읍소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온 뒤 존재가 알려졌다.
Anti-F Union(남혐발언신고방) 오픈카카오톡방 캡처
글쓴이는 게시글에 호응하는 댓글을 단 이들과 스누라이프·에브리타임에 페미니즘에 반감을 표현한 글쓴이들에게 "페미글 신고하는 오픈채팅방 있는데 관심 있으면 들어올래? 누구든지 지원요청 가능해"라는 쪽지를 보내 회원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쪽지를 받고 모인 60여 명은 채팅방을 스스로 '포격방'이라고 불렀다.
방장이 '페미니즘적'이라고 판단하는 글에 '좌표'를 찍으면, 구성원들이 해당 에브리타임·스누라이프 게시물 또는 댓글에 동시다발적으로 신고를 누르는 방식으로 '포격'을 진행했다.
이는 스누라이프와 에브리타임 모두 일정 숫자의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게시물·댓글이 삭제되거나, 계정 정지를 당할 수 있는 것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포격방은 여성 혹은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들어올 것을 우려해, 여성 혐오적 발언이 나오면 바로 메시지를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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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적 발언을 포함한 사적인 이야기는 별도의 단체채팅방인 '인증방'에서만 할 것을 지시했다.
포격방 내부에서도 커뮤니티 여론을 조작하는 방식이 옳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채팅방의 한 구성원이 "저격(포격)의 목적은 설득입니까? 우리가 주장하는 논리의 합당함을 입증하려는 것입니까?"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방장을 비롯한 구성원들이 "(페미니스트들은) 애초에 논리가 없는 자들이니 설득도 불가능하다고 본다"라며 기존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이들은 이런 비판이 커지자 27일부터는 링크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포격방'을 폐쇄했다. 인증 절차를 거쳐 사람을 받는 폐쇄적인 인증방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