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토)

'딸바보' 조선 왕이 어린 나이에 시집간 공주에게 보낸 '잔소리' 폭탄 편지

인사이트SBS '일지매'


[인사이트] 김나영 기자 = "고양이만 품고 있지 말고, 행여 감기나 걸렸거든 약이나 잘 챙겨 먹거라"


어린 나이에 시집 간 딸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편지가 공개됐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조선의 왕 '효종'이 딸 숙명공주에게 보낸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편지가 재조명됐다.


조선의 제17대 왕인 효종은 유난히 끈끈한 가족애를 자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인사이트MBC '해를 품은 달'


효종은 특히 딸들에게 굉장히 다정한 '딸바보' 아빠였다.


13살의 나이로 시집을 간 숙명공주에게 효종이 보낸 편지에는 딸을 사랑하는 아비의 마음은 물론 딸을 시집보낸 아빠의 진심어린 걱정이 고스란히 담겨 보는 이들의 가슴까지 뭉클하게 만든다.


효종은 평소 고양이를 좋아한 숙명공주가 시집 갈 때도 녀석을 데려가자 "너는 시집에 가 (정성을) 바친다고 하거니와 어이 괴양이(고양이의 옛말)는 품고 있느냐? 행여 감기나 걸렸거든 약이나 하여 먹어라"라고 편지를 보냈다.


해당 편지에는 시집 가서 고양이만 보고 있지 말고 며느리 노릇도 잘 해내라는 잔소리와 함께 딸이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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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편지에서 효종은 "너는 어찌하여 이번에 들어오지 않았느냐? 어제 너의 언니는 물론 숙휘까지 패물들을 많이 가져갔는데 네 몫은 없으니, 너는 그 사이만 하여도 매우 안 좋은 일이 많아 내 마음이 아파서 적는다. 네 몫의 것은 아무런 악을 쓰더라도 부디 다 찾아라"라며 딸을 보고 싶은 마음과 욕심 없는 순수한 마음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아빠 효종의 사랑이 담긴 편지에 숙명공주는 귀여운 글씨체로 답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편지에서 숙명공주는 "문안 여쭙고, 밤사이 아바마마께서는 안녕하신지 알고자 바라오며, 뵙지 못한 채 날이 거듭 지나니 더욱 섭섭함이 무어라고 할 말이 없어 하옵나이다"라며 서운한 마음을 전했다.


딸의 정성어린 답장을 받은 효종은 바로 옆에 다시 한번 답 편지를 써내려갔다. 효종은 "편지 보고, 잘 있으니 기뻐한다. 어제 두 색촉(물들인 초)을 보냈는데 받아 보았느냐? 초꽃이등을 이 초의 수만큼 보낸다"라고 적었다.


무려 1600년대 한글로 주고 받은 아빠와 딸의 애정어린 편지에 많은 누리꾼들은 신기해하면서도 뭉클한 감정을 느꼈다.


인사이트숙명신한첩 / 한국학자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