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누나와 고 이선호 씨
[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300kg 쇳덩이에 깔려 숨진 고(故) 이선호 씨의 유가족들은 아직 가슴속에서 아들을 떠나보내지 못했다.
선호 씨는 지난달 22일 평택항 부둣가에서 근무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등졌다.
사고 발생 보름이 넘었지만 유족들은 막내의 사망 소식을 차마 9살 차이 나는 큰 누나에겐 사망 소식을 알리지도 못했다고 한다.
장애 2급인데다 지난해 12월부터 유방암과도 투병 중인 선호 씨의 큰 누나가 동생 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고 증세가 더욱 악화할까 하는 가족들의 걱정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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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선호 씨의 둘째 누나 A씨는 선호씨 죽음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국민청원 독려 게시글에 직접 댓글을 남겼다.
그는 "우리 언니는 남동생 죽은 거 모르고 있다. 충격받으면 안 된다고 해서 티도 못 내고 말도 못 하고 있다"라고 했다.
선호 씨는 시집가서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둘째 누나의 몫까지 대신해 큰 누나 곁에서 걱정하고 챙기며 끔찍하게 아꼈다고 한다.
A씨는 "부모님 두 분 너무 힘드신데 언니 앞에서 울음을 참으시는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라고 짐작도 못할 슬픔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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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가족들에게 기특한 아들이자 의젓한 동생의 죽음이 아직도 믿기지 않고 실감이 안 난다고 한다.
그는 "(동생이) 군 복무를 마친 후 부모님 손 벌리지 않고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아르바이트였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며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이어 "22일 오전까지만 해도 조카들 보고 싶다고 영상통화했고, 아기들 돌보느라 정신없어서 나중에 통화하자고 끊은 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라고 사고 당일 마지막 통화 내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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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담당자가 책임을 전가 한다며 회사 측에 책임을 물었다. "그 회사에선 책임자가 계속 지시한 적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안전모 안 쓴 우리 동생을 탓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 동생 악 소리도 못 내고 그 자리서 즉사했다. 목격자와 증인도 있는데 왜 발뺌하는지,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 건지, 그 책임자는 부모님과 모르는 사이도 아니다"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한편, 고 이선호 군의 안타까운 죽음에 경각심을 가지고 '산재 사망에 대한 보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오늘(12일) 15시 기준 12만여 명이 청원에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