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피부병 옮지는 않겠죠?"…사고로 '전신화상' 입은 여성이 중고 거래 구매자에게 받은 문자

인사이트YouTube '씨리얼'


[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산업 재해를 당한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와 보상을 받지 못하는 소식을 들려올 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이런 가운데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서 일을 하다 화상을 입게 된 노동자들의 인터뷰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30일 유튜브 채널 '씨리얼'에는 일터에서 일을 하다 전신 화상을 입은 사람들의 사고 후 모습을 다룬 영상을 공개했다.


인터뷰에 응한 정인숙 씨는 지난 2007년 식당에서 일을 하다 온 몸에 화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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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YouTube '씨리얼'


정 씨는 "화재 전에는 일반 직장생활도 했었고 애기가 어려서 가정주부로도 있다가 남편 영업이 힘들어져 장사를 하게 됐는데 어느 날 남편이 배달 간 사이에 가게 주방에서 사고가 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화상 후 정씨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사고 경험 후 가장 크게 잃은 것을 '가정의 해체'라고 언급했다. 


정씨는 화재로 아들을 먼저 하늘로 보냈고 친정집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남편과 헤어졌다. 이후 7년 동안 은둔의 시간을 보냈다.


정 씨는 중고거래하던 중 겪었던 일화도 털어놨다. 그는 "여성분이 옷을 받아 가더니 '혹시 이 옷 입어도 되는 거죠? 피부병 옮지는 않겠죠?'라고 문자가 오더라. 그래서 괜찮다고 피부 겉만 녹은 화상이지 피부병이 아니라 전염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담담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화상을 입은 후 그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인사이트YouTube '씨리얼'


정씨는 "화상자가 돼보니 병실이 부족할 정도로 화상을 입은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패혈증으로 돌아가신 분도 바로 옆에서 봤고 어떤 분은 열악한 데서 일하다 사고 나셨는데 산재 처리로 수술비만 해주시는 등 비급여 환자가 정말 많다"라고 말했다.


또 "화상자에게 필요한 보습제는 하나에 6-7만 원씩 하는데 이게 치료제가 아니라 화장품 품목으로 들어가니 좋은 걸 못써 병원 생활이 길어진다"라며 화상 환자들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씨는 자신들과 같은 처지에 처해 있는 화상환자들을 돕기 위해 복지학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그는 화상 흉터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마지막 실습과정을 위한 면접에서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 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자리에서 '도대체 우리 같은 사람이 복지가 필요해 사회복지를 공부하겠다는데 그럼 우리는 어디서 실습을 해야 되는 거냐'라고 물었다. 제 그 얘기가 크게 와닿는다고 거기서 실습을 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인사이트YouTube '씨리얼'


현재 정씨는 화상 환자를 위한 돌봄 전문가로 활동중이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면서 정씨는 또다른 어려움에 봉착했다.


일을 하게 되면 의료 급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화상은 수술을 평생 해야 하는데 1인 가구 의료급여 선정 기준 소득이 73만 원이다. 그 이상을 벌게 되면 의료 급여를 못 받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을 해서 돈을 벌어도 치료와 수술비가 더 나가게 되는 셈이라 차라리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화상 인식 개선하는 데 노동시간을 투자해보자는 생각으로 가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인사이트YouTube '씨리얼'


인터뷰에 응한 또 다른 화상 경험자 최준서 씨는 2016년 울산의 모 회사에 입사한 지 한 달 만에 사고로 화상을 당했다. 몸 전체에 심한 화상을 입은 그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는 당시 회사에서 안전 보호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사고 당시 큰 변을 당했다. 사고 직후 그는 지금까지 수술비와 치료비로 수억 원을 썼다.


최씨는 "사업자는 비급여를 내 줘도 되고 안 내줘도 되고 법적 강제성이 없다. 사업주가 안 내게 되면 그 비용은 오롯이 노동자가 떠안아야 되는 거다"라고 토로했다.


"함께 치료받던 중 빚을 내다 못 견뎌 극단적 선택을 사람도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심각한 후유증이고 장애임에도 화상에 직접적인 장애 등급 기준이 없다 보니 화염 화상을 당해도 사지가 멀쩡하면 국가 장애등급조차도 못 받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인원수 대비 몇 % 장애인 의무 고용 제도가 있는데 그 혜택도 아예 못 받는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인사이트YouTube '씨리얼'


사고 등으로 큰 화상을 입은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피부 수술을 평생 받아야 하지만 필요한 급여를 지원받기 어려운 실정에 절망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인터뷰를 본 누리꾼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을 응원함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산업재해보상 체계와 의료 체계가 이들처럼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바뀌길 바란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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