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재단
[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이일은 이 이이 사 이삼은 육…"
우리가 수학을 배우면서 처음으로 외우게 되는 공식 '구구단'. 어린 시절 구구단을 잘 외우지 못해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혼이 났던 경험도 있을 테다.
그런데 이 구구단은 언제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걸까.
최근 구구단이 적힌 백제 시대의 문서가 발견된 사실이 누리꾼들에게 다시 한번 재조명 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EBS '역사채널e'
과거 한국문화재재단은 백제 사비 성터인 충남 부여 쌍북리에서 발굴된 목간(나무 문서)을 정밀 검사한 결과 '구구단' 일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6~7세기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목간에는 희미하게 수십여 개의 숫자들이 적혀 있었다.
이 숫자들을 자세히 보기 위해 목간에 적외선을 쐬 정밀 판독을 하자 구구단 공식이 기록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시 발견된 목간에는 "四(4) 三(3) 十二(12), 四(4) 四(4) 十六(16), 六(6) 八(8) 四十八(48), 七(7) 九(9) 六十三(63)" 이런 식으로 한자로 구구단 공식 일부가 적혀 있었다.
전문가들은 '구구단 목간'이 발견된 장소가 옛 백제 관청 터인 것을 고려할 때, 관리들이 곡식의 수를 세는 등 계산을 위해 구구단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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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구구단 목간은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8세기 경 구구단 목간이 발견된 일본은 "구구단은 한반도를 거치지 않고, 중국에서 바로 일본으로 전해졌다"라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일본이 한국보다 문화적으로 더 빨리 발전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시기가 훨씬 앞서는 7세기 백제 구구단 목간이 발견되면서 일본의 주장은 무너지고 말았다.
백제 구구단 목간이 그대로 일본에 전래됐을 가능성을 입증하는 자료인 셈이기 때문이다.
백제 구구단 목간은 구구단이 중국, 한국, 일본 순으로 전해졌다는 주장을 뒷받침해 줄 뿐만 아니라 백제의 문화가 일본보다 앞서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한 중요한 유물로 여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