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3일(화)

페미 동아리 가입하려 '아빠 사진' 모두 불 태운 여대생이 부친상 이후 쓴 반성문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KBS2 '무림학교'


[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내게 남은 아버지 사진은 영정뿐이다"


아버지 사진을 모조리 태우고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는 페미니즘 동아리에 발을 들인 '페미니스트' 딸이 있다.


성 평등을 공부하고 싶어 동아리에 가입했던 그는 부친상 이후에야 이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가족까지 외면해가며 페미니즘에 몰두했으나, 정작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어서다.


그의 늦은 후회는 최근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재조명되고 있다. 원글은 그가 몇 년 전 과격한 페미니즘을 지적한 뉴스로 보이는 영상에 남긴 댓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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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여성이 동아리에 가입한 건 2018년쯤이다. 그는 그해 대상을 알 수 없는 무언가에 크게 분노해 있었고, 이 분노가 온전히 '한국 남성' 때문일 것으로 생각했다.


분풀이가 시급했던 그는 페미니즘 동아리에 가입했다. 아버지 사진을 태워야 가입을 시켜주겠다는 동아리의 가입 요건은 그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됐다. 너무나 미웠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계속 뜨거울 것만 같았던 감정은 어느덧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의 곁엔 아무도 없었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동아리원은 '부친상'이라는 이유로 단 한 명도 그를 위로해주지 않았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KBS2 '아버지가 이상해'


아버지 사진도 모조리 태워버려 추억할 사진조차 없었다. 그에게 남은 사진이라고는 아버지의 영정뿐이었다.


고지식했던 아버지의 빈 자리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비처럼 쏟아졌다. 생전 보이지 않던 아버지의 희생과 헌신이 그제야 느껴졌다.


그는 "아버지는 남자라서 마음 놓고 꿈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온 게 아니라, 동생과 나를 위해, 엄마를 위해, 우리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오셨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난 아직도 내가 분노했던 그 대상과 실체가 정확하게 무엇이라고 정의하지 못하겠다. 그저 내 삶에 다양한 인연들과 소중한 사람들을 나 스스로 밀어내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확실한 건 아버지는 나를 많이 사랑하셨다. 난 그걸 바로 보지 못한 것"이라며 "평소 연락을 하지 않았던 동생에게 아버지 사진 갖고 있다면 달라고 연락해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