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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도 없이 주택가 학교 근처에서 운영 중인 '인형 성매매' 리얼돌 체험방

불법이 아니란 이유로 주택가와 학교 인근 등 일상으로 파고든 '리얼돌 체험방'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인사이트리얼돌 모습 / 뉴스1


[뉴스1] 이기림 기자 = '삐삐삐삑.'


서울시내 한 오피스텔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자 제복을 입은 한 여자, 아니 여성의 신체를 본뜬 실리콘 인형 형태의 성 기구 '리얼돌'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사람과 굉장히 흡사한 모습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최근 <뉴스1>이 찾은 이곳은 예약제로 손님을 받는 '리얼돌 체험방'으로 간판 없이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었다.


전철역과 매우 가까운 위치였고 상가와 주택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인근에는 초·중·고등학교도 있었다. 가장 가까운 학교는 직선거리로 약 300m에 불과했다. 그러나 누군가 알려주지 않는다면 '리얼돌 체험방'이란 것을 전혀 알 수 없는 구조였다.


침대에 누워있는 리얼돌은 170㎝ 정도 크기였으며 제복을 입고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리얼돌의 외모나 옷은 체험방마다 다르기 때문에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실리콘으로 된 리얼돌의 몸은 사람의 피부와는 다소 다른 촉감이었다. 그러나 뼈대가 있고 관절이 구부려져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어 실제 사람이라는 상상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느껴졌다.


오피스텔형 리얼돌 체험방 관계자는 "리얼돌과 체험방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 없다"면서 "요즘 TV 등을 보고 왔다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님이 사용한 리얼돌을 씻고, 소독하고, 말리는 과정이 오래 걸려 손님을 많이 받지도 못한다"며 "해봐야 하루에 3명 정도"라고 말했다.


인사이트리얼돌 모습 / YouTube '뉴스1TV'


◇ 법·제도 미비 속 우후죽순 생겨나는 리얼돌 체험방…'불법 아니다'


최근 법·제도가 미비한 상황을 틈타 '리얼돌'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체험방이 일상 곳곳에 파고들고 있다. 주택가는 물론이고 학교 인근에까지 리얼돌 체험방이 들어섰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에서는 150여곳의 체험방이 운영 중이다. 이렇게 리얼돌 체험방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며 강제로 다룰 수 있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벌어진 '경기 용인시 리얼돌 체험관 사태'는 이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초등학교와 불과 약 19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주민 반발이 거셌던 것. 특히 이곳은 교육환경법상 위반 시설이기도 했다. 법에 따르면 학교 경계에서 직선거리 200m 안은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여성가족부 고시 금지시설(성 기구 취급업소)이 영업할 수 없다.


그러나 리얼돌 체험방은 이 구역 밖으로 벗어나면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성 기구 취급업소는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운영이 가능한 자유업종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유사·변종 성매매가 이뤄지는 곳이라며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리얼돌은 사람이 아닌 인형이라는 점에서 법적 규제에서 벗어난다.


특히 대법원을 비롯해 서울행정법원 등 법조계에서 '리얼돌'의 수입을 막은 조치는 부당하다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면서 리얼돌은 물론 체험방까지 제도상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인사이트리얼돌 모습 / YouTube '뉴스1TV'


인사이트리얼돌 수입업체 물류창고 / 뉴스1


◇ 전문가들 "리얼돌, 여성 성적·공격대상 여길 수 있어"…과도한 우려 평가도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여성의 신체와 고도로 유사하게 묘사된 리얼돌을 상대로 반복적이고 일방적인 행위를 반복하면 실제 여성이나 여아를 성적대상으로 여기거나 공격적으로 대할 수 있다"라며 "외국에선 아동성폭력을 모의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아동형상 리얼돌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 논리라면 성인여성에게도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법원은 리얼돌을 개인의 성적 자유영역에 주목했다"면서 "이제는 성매매업소의 운용방식과 비슷한 리얼돌 체험방과 리얼돌 소비 및 폐기방식을 보면서 어떻게 소비되고 공유되는지 충분히 반영한 판결이 나올 때"라고 말했다.


리얼돌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악영향이 과도한 우려라는 의견도 있었다. 배정원 대한성학회 회장은 "눈 하나 깜박거리지 않는 리얼돌을 원하지 않는 여자와 성관계하는, 강간의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라면서도 "일반적인 성인남자가 사람인지 인형인지 구분 못 하진 않을 것 같다. 그들의 판단력을 믿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배 회장은 "체험방의 리얼돌을 통해 성병이나 코로나19를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위생적 영역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라며 "또한 주택가나 학교 등 아동청소년 구역에 있으면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피하고, 외모 등을 특정인과 닮게 만드는 것도 막는 등 세부적인 운영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사이트불법으로 밀수입된 성인용 전신인형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