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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심각한 요즘 학교에서 완전히 실종돼 버린 깍두기 문화

낙오자마저 끌어안는 규칙 '깍두기'가 2010년대 들어 돌연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최근 놀이터엔 '깍두기'가 없다고 한다. 낙오자마저 끌어안는 규칙 '깍두기'는 2000년대까지 놀이터에 심심찮게 보였으나 2010년대 들어 돌연 자취를 감췄다.


아이러니하게도 '깍두기'의 실종과 맞물려 학교 폭력의 수위는 더 가학적이고 잔혹해졌다. 바뀐 놀이터의 풍경과 학교 폭력이 무슨 관계라도 있는 걸까.


깍두기는 1990년대 중반쯤 놀이터에서 탄생한 규칙이다. 이 시대 놀이터에서는 인원이 맞지 않아 낙오자가 나오면 어리거나 능력이 떨어지는 인원을 '깍두기'로 지정해 팀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게 했다.


이 규칙은 깍두기가 아무리 실수해도 절대 비난하지 않는 게 골자다. 승리나 패배보다 귀중한 건 함께 어울리고 노는 것이어서 볼 수 있던 규칙이었다.


인사이트 / 사진=인사이트


인사이트 / 사진=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다만 깍두기는 2010년대 들어 완전히 사라졌다. 열등한 인원은 가차 없이 잘라버린다. 놀이터엔 슬그머니 승패의 논리가 적용되기 시작됐다.


깍두기가 있던 자리는 왕따, 폭력 등 무섭고 따가운 단어가 꿰찼다. 폭력의 수위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돈을 빼앗거나 주먹질에 그쳤던 2000년대와 달리, 요새는 피해자를 절벽까지 몰아세운다. 옷을 벗기고 사진을 찍어 겁박하고, SNS를 활용해 피해자의 영혼을 말살한다.


특히 '사이버불링' 등 사이버 폭력은 SNS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요즘 더 심각하다. 지난 1월 17개 시·도 교육감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 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사이버 폭력은 전년보다 3.4%포인트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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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학교 폭력을 경험한 피해자의 12.3%는 사이버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폭력(33.6%), 집단 따돌림(26.0%)에 이어 가장 많은 피해 유형이었다.


깍두기가 있던 그 시대 놀이터는 인간존중의 무대였다. 그곳에서 함께 뛰놀던 무리는 서로 경쟁하지 않고 형제, 또는 친구가 돼줬다. 열등하다고 배척 당하지 않았으며, 우등하다고 누군가를 깔보지 않았다.


몇 년 새 놀이터의 공기마저 바뀐 건 기성세대의 책임이 작지 않다. 기성세대를 지배한 '승패의 논리'와 성과주의, 물질만능주의가 그대로 학교에서도 작용하고 있어서다.


먼저 어른부터 달라져야 한다. 기성세대가 '깍두기'를 되새기고 후대에 전달해, 놀이터에 다시 깍두기가 나타난 날 비로소 학교 폭력은 종식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