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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문 자리에 광고판…'탈출 통로 없는' 지하철 스크린도어

서울의 지하철 운행사들이 "스크린도어 광고판을 제거하고 비상 탈출 통로를 열어놓으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강남역에서 사람이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사이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서울시 등이 "스크린도어의 광고판을 제거하고 비상 탈출 통로를 열어놓으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5개월 전 권고를 무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중앙일보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지하철역 스크린도어에 대형 광고판이 설치돼 비상시 탈출 통로로 이용할 수 없어 안전이 우려된다”며 개선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도시철도공사 등이 5개월이 넘도록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권익위는 지난 4월 “서울메트로 등 스크린도어 설치 운영기관 대부분이 '긴급 탈출 통로'인 안전보호벽을 광고 수익사업에 활용하고 있다”며 “시정 조치하라”고 명시했다. 

 

이는 광고판을 제거하고 스크린도어 전체를 비상 개폐가 가능하도록 해야만 사고가 났을 때 신속한 탈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초 안전보호벽에는 손으로 밀면 벽을 열 수 있는 ‘푸시 바(push bar)’가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울 지하철역 안전보호벽의 절반 정도는 비상 개폐가 불가능한 벽 형태로 설치돼 있고 이는 광고판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29일 사망사고가 일어난 서울 강남역 승강장 역시 전체 안전보호벽의 절반 정도에 대형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한 공간설계 전문가는 “전동차에 화재가 발생하거나 강남역 사고처럼 사람이 스크린도어 안에서 작업 중 위험에 놓일 경우 단 몇 초라도 탈출이 늦어지면 생명이 위험해진다”며 “안전보호벽이 고정식 벽 형태로 돼 있고, 그곳을 다시 광고판이 덮고 있다면 당연히 탈출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은 “스크린도어를 2010년 이전에 설치했는데 당시엔 관련 기준이 없었고, 현재는 예산 문제 때문에 당장 개선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12월 광고 계약이 종료되면 국토부 측에 예산을 요청해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측도 “개선 권고를 받은 건 맞지만 광고 계약도 걸림돌이고, 광고판을 없애면 연간 수백억원의 손실이 발생해 당장 모든 역을 개선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국토부, 서울시 등과 논의해 점진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라고 했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