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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호흡기 달고 검정고시 합격한 50대 주부

폐기능이 15%밖에 남지 않은 50대 주부가 지난 5일 치러진 고졸 검정고시에서 통과해 화제가 되고 있다.

ⓒ 연합뉴스 

 

"비록 24시간 산소호흡기를 달고 살지만 오랫동안 꿈꿔 온 청소년 심리상담사가 꼭 되고 말 겁니다."


지난 5일 치러진 2015년 제2회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한 장애1급 공화자(52·여·강원도 원주) 씨는 합격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목표를 꿈꾼다.

어려서부터 폐가 좋지 않았던 공 씨는 결핵과 기흉을 여러 번 앓으면서 지금은 폐기능이 15%밖에 안 남았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까지 차올라 잠잘 때도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어야 한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남 부러울 것 없이 자랐지만, 건강 문제로 중학교 졸업 뒤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유난히 공부를 좋아했던 사춘기 소녀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었다.  

학교에서 각혈을 하는 바람에 조퇴하는 일이 잦았던 그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힘든 몸을 이끌고 간호조무사가 됐지만 건강은 계속 나빠졌고, 결국 조무사 일도 그만둬야 했다. 20여 년 전 고향인 충북 충주를 떠나 원주로 이사한 것도 위급 상황이 벌어지면 일초라도 빨리 큰 병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병마와 싸우며 젊은 시절을 보내고 두 자녀도 성인이 되고 나니 공부에 대한 열망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검정고시 학원을 알아봤지만 혼자 외출조차 힘든 몸으로는 무리였다.

포기를 생각할 즈음 가까운 친구가 평생교육기관인 충주열린학교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곧바로 친구에게 부탁해 교재를 받아 독학을 시작했다.

교재를 받아든 지 석 달, 본격적인 시험 준비에 들어간 지 한 달 만에 시험장에 들어섰다. 경험삼아 일단 한 번 봐두자는 생각이었다.

시험장에서도 휴대용 산소호흡기에 의존해야 했다.

예비 호흡기와 충전기까지 준비해 갔다. 호흡기를 교체하며 4시간 동안 7과목 시험을 무사히 치러냈다.  

떨어지면 내년 봄 다시 도전할 생각이었는데 단번에 합격했다.

공 씨는 "수학 문제를 못 푼 게 많아 떨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과락을 면했다. 평소 책을 즐겨보는 습관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합격 통보와 함께 그토록 되고 싶었던 청소년 심리상담사가 되기 위해 다시 대학 진학 준비를 시작했다. 

건강은 많이 안 좋지만, 호흡기만 없으면 아픈 사람으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은 자신의 성격이 꿈을 이루는 데 큰 힘이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

"청소년기는 인성이 자라는 중요한 시기잖아요. 누구 못지않게 힘든 길을 걸어왔기에 청소년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고 같이 희망을 찾아가는 일이 잘 맞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담은 전화로도 할 수 있거든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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